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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의 제5영역] 성 역할의 굴레를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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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8 23:07:57 수정 : 2025-05-28 23: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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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보다 뒤처지는 아들… 갈수록 격차 커져
고정관념 깨고 여성중심 직업 영역 진출을

“요즘 1등은 다 여자야.”, “판사 임용도 여성이 많은 지 오래됐어.” 이런 얘기를 흔히 듣는다. 요즘 아들들은 딸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이다. 느낌이 아니다. 통계다.

국가통계연구원에 따르면 남녀 대졸자 비율은 1990~1994년생 기준으로 남성 65.3%, 여성 78.5%다. 2009년 처음 역전됐는데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1960년에는 여성의 38%만이 대학에 갔는데 60년이 지난 현재 여성의 66%가 대학에 진학한다. 남성은 이 비율이 54%에서 57%로 소폭 늘었을 뿐이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한국에선 아들을 둔 학부모가 남녀공학 고교를 기피한다. 내신 성적이 좋고 성실한 여학생들에게 남학생들이 뒤진다는 이유에서다. 고교 학력 격차가 한국보다 큰 미국에는 구체적 통계가 있다.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1990년 고교 졸업생 평점은 남학생이 4점 만점에 2.59였는데 여학생은 2.77로 0.18점 높았다. 2019년 이 차이는 남학생 3.00, 여학생 3.23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뒤처지는 소년들은 좌절에 빠진다. 소년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처음 작은 사회와 접하는데, 이때 자신보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상대적으로 빠른 소녀들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어린 소년들의 주위에는 남자 어른이 늘 부족하다. 국내 초등교사 여성 비율은 2024년 70.6%로 20년 전(57.1%)보다 크게 늘었고, 유치원 교사 비율은 2005년 이후 계속 98%를 웃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인데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 여성 비율 평균 또한 95.9%에 이른다. 즉 소년들은 소녀들보다 발달도 늦고, 교사로부터 이해받기도 쉽지 않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렇게 남녀 사이에 생겨난 초기 격차는 발달의 시간차가 줄어드는 사춘기 이후에도 쉽게 따라잡히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런 차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성차별과 남성중심주의 탓이었다. 산업화 시기의 어린 남학생들은 “남자인 너희가 참으라”는 말을 상대적으로 더 잘 견뎠는데, 어차피 취업이나 승진 기회가 남성에게 더 많이 돌아오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마치 군대에서 이등병에게 “너도 고참이 될 테니 참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생 시절의 차이는 대학 진학, 첫 직장으로 이어지며 사회경제적 차이가 된다. 현재의 소년들이 미묘한 불만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유치원, 초등학교에 더 많은 남성 교사를 채용하는 것처럼 세대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남성들이 많이 맡았던 블루칼라 일자리는 기계화와 세계화의 여파로 계속 줄었다. 이 와중에도 여성들은 남성들의 직업 영역으로 꾸준히 진출했다. 반면 남성은 간호조무사, 유치원 교사 같은 여성들의 직업 영역에 거의 진출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제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블루칼라 일자리보다 보상이 적다는 점이었고,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남성들이 여성의 일을 한다는 사회적 시선을 꺼린다는 점이었다. 결국 과거의 남성중심 문화가 만든 차별적인 보상구조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오늘날의 젊은 남성들을 괴롭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할 차례다. 아들들은 정말로 딸들에게 뒤처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아들들에게 딸들의 자리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굴레를 채운 것일까.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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