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만.’
아직 지지 후보를 찾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2030세대의 수이자 ‘주인 없는 표’의 규모다. 이는 전체 유권자의 약 5%로 최근 후보 간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지며 자칫 희비를 가를 수 있는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27일 선거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진영 간 표 결집 현상이 심화하자 ‘마지막 무주공산’인 2030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각 대선후보는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2030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합리성과 실리를 추구하는 2030에 적합한 전략을 갖춘 후보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견유보’ 20대 21%, 30대 11%
지난 23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아직 부동층의 비율이 높다.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의견유보’라고 답한 30세 미만(18~29세) 응답자의 비율은 21%, 30대 중에서는 11%에 달했다. 이는 40대(6%)와 50대(5%), 60대(2%), 70대 이상(9%)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20대와 30대의 무당층 비율도 각각 30%와 18%로 전체 무당층 비율 13%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학생 이모(25·남)씨는 “현재로써는 뽑고 싶은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내란 옹호자’, ‘전광훈 추종자’, ‘부정선거론자’ 등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도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갈라치기’를 일삼는 것 같아 통합을 위한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누구를 뽑아야 할 지 너무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2030 유권자 수 자체도 적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인명부 기준 이번 6·3 조기 대선의 2030유권자 수는 1336만명(18~19세 90만명, 20대 583만명, 30대 663만명)으로 전체 유권자(4436만명)의 30.1%에 달한다. 이 중 214만2600표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셈이다.

◆첫 대학 방문한 李, 국민연금 개혁 외친 金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이재명 후보는 26일 아주대학교를 방문해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 후보의 대학가 방문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이다. 이 후보는 학생들과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육성 △청년주거 및 등록금 인상 △정치 양극화와 사회갈등 심화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 후보는 먼저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육성과 관련해 “최근 ‘이공계가 오늘날처럼 중요한 때가 없었는데, 오늘날처럼 소외된 때도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법조인들이 정치사회를 전부 지배하다시피 하다 보니 이공계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아주 안정적인 의대만 가려고 한다”고 짚었다.
등록금 등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는 “결국 장학제도나 대출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며 “학자금 대출 이자를 졸업 후까지 유예하고, 취업 전까지 지자체가 이자를 부담해주는 방식은 선진국에서도 많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우리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도 각종 청년 공약을 발표하며 청년세대를 향한 구애에 여념이 없다. 김 후보는 세대 불평등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민연금과 관련해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공약했다. 아울러 ‘결혼하면 3년, 첫 아이 3년, 둘째 아이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3·3·3 청년주택’을 매년 10만호 공급, 대학가 반값 월세존 지정 등의 공약도 내놨다.
◆李 ‘청년정책’, 金 ‘극우절연’…이준석은 ‘미래투자’ 호소 필요
이제 갓 마흔으로 이번 대선 후보 중 가장 젊은 이준석 후보는 2030에 더 공들이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일 이전인 지난달 25일 ‘학식먹자 이준석’ 플랫폼을 열고 지난달 29일 한국항공대학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곳의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학식을 먹으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 대상 연 1.7% 금리로 분기 당 500만원씩 총 10회를 지원하는 ‘든든출발자금’ 등 청년 맞춤 공약도 다수 발표했다.

20대는 이준석 후보의 주 지지층이다. 지난 2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비율은 29%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31%)과 오차 범위 내이며 김문수 후보(17%)는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정당 지지율 또한 전 세대 중 20대에서만 유일하게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이 각각 26%, 21% 20%를 기록하며 모두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 분포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캐스팅보트는 지역이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성과 실리를 추구하는 2030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재명 후보는 내란 종식과 청년정책 두 축으로,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광훈 등 극우와의 절연, 청년정책 두 축으로, 이준석 후보는 양당 비판과 미래에 대한 투자 호소 두 축으로 남은 기간 밀고 나가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해당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조사한 것으로 이동통신 3사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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