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동에도 압박카드 활용 가능성
트럼프 “다른 대학도 달라져야” 경고
2024년 하버드大 유학생 5분의1이 중국인
美 당국 “친중 영향력 공작 만연” 주장
트럼프 정권 내내 부담 작용 관측
미국 하버드대학의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법원 결정으로 하루 만에 효력이 일단 중단됐지만 다른 대학으로 비슷한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버드대가 중국과 맺어온 긴밀한 관계가 이런 조치의 배경이 된 것은 물론 트럼프 정권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23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가 전날 내린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 취소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하버드대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처분신청 인용은 임시조치이며 SEVP 인증 취소 조치의 적법성은 앞으로 법원에서 따지게 된다.
전날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SEVP 인증을 취소했다. 국토안보부는 인증 상실에 따라 하버드대는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게 됐고, 기존 외국인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 본부는 반(反)미국적이고 친테러리스트 선동가들이 유대인 학생을 포함한 많은 개인들을 괴롭히고 물리적으로 폭행하며 학습 환경을 방해하도록 허용했다”며 “이를 선동한 많은 수가 외국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하버드대를 겨냥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어온 공격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하버드대가 연방 보조금을 받으려면 반(反)이스라엘 성향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해 유학생 제도를 재편하라는 등의 요구를 했지만 하버드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하버드대 재학생 중 외국인 유학생은 6793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엔 432명(5%)의 한국인 학생도 포함돼 있다. 당장은 하버드대에 한정된 조치이지만 다른 대학에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조치가 나오자 하버드대가 오랫동안 자산으로 삼아온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했다. 미 당국은 하버드대가 친중 성향으로 중국 공산당을 배후로 삼은 영향력 공작이 캠퍼스에 만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너무나 오랫동안 하버드대는 중국공산당이 하버드대를 이용하도록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와 중국 간 유착은 공화당이 주도했던 하원 중국 문제 특별위원회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위구르인,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으로 중국 신장자치구의 준군사조직이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 2020년 이후에도 하버드대가 이 조직 인사의 연수교육을 허용한 것이 한 사례다.

또 중국 정부의 인재유치 사업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해 유죄평결을 받은 뒤 중국으로 건너가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찰스 리버 전 하버드대 교수와 같은 인물이 있다. 로이터는 하버드대가 오래전부터 중국 연구자들이나 대학들과 연구 협력관계를 맺고 중국 관련 센터들을 설립하는 등 중국과의 인연을 이어왔으며 이를 통해 거액의 기부금 유치, 국제 영향력, 세계적 명성 등 유·무형의 이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중 5분의 1이 중국 국적이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미 당국의 조치와 관련해 “진전 상황을 신속히 공유하는 등 필요한 정보와 영사 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상 연락망 구축, 현지 유학생 대상 간담회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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