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각·검사행세” “金 소방 갑질”
초반부터 거센 네거티브 공세
규칙 어기고 팩트 다른 주장도
李 2017년 부정선거 발언 놓고
국힘 고발 예고… 민주 “맞고발”
“정책공약집도 안낸 이번 후보들
제대로 된 토론 어려워” 비판론
당내 “대세 좌우 안해… 미시청”
6·3 대선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TV토론을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에서 후보들이 국민 앞에 자신의 정책을 소개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서다.
토론에 나선 당사자인 대선후보들조차 이번 토론에서 정책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너무 많이 망가졌다. 이번 토론을 보면서 국민도 느낄 것”이라며 “지금은 상대 주장을 억지로 공격하는데, 그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23일 2차 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병제도 등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 부족했다며 “무책임한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기후나 연금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애초 토론이 정책보다 태도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탓에 국민들에게 좋은 정책이나 좋은 태도를 모두 보이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격자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자극적인 발언을 하고, 이재명 후보도 이에 지지 않기 위해 네거티브에 가세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측 김종대 전 의원은 통화에서 “양당정치에서는 자신이 잘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보다 상대방을 죽여서 그 반사이익을 보려고 하니 네거티브 전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후보들은 1차 토론을 경험한 뒤 2차 토론에서 더욱 강력한 네거티브 공세를 준비해 왔다. 김문수 후보는 모두발언에서부터 ‘가짜 총각’, ‘검사 사칭’을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고, 이 후보는 김 후보의 ‘소방관 갑질’ 논란을 소환해 응수했다.

후보들은 토론 규칙을 무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1차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지적한 내용에 반박하고자 2차 토론 주제인 ‘초고령 사회 대비 연금·의료 개혁’과 무관한 ‘호텔경제학’을 설명하는 데 발언 시간을 투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ESS 현실 가능성을 지적하다가 시간이 없자 질문 대상만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로 수정해 “이 후보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후보들은 사실에 어긋나는 주장도 펼쳤다. 이준석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중 중국발 영향력은 30∼60% 수준이고 일본에 미치는 영향력은 2% 정도”라고 말했지만, 2019년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한국 주요 도시 미세먼지에 미치는 기여도는 32.1%, 일본에 대한 기여도는 24.6%를 기록했다.
토론 현장에서 오간 물어뜯기식 공방은 형사고발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2017년 부정선거 발언’ 관련해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무고죄로 맞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대선 토론 때마다 네거티브 공세만 이어지다 보니 당내에서도 토론의 효용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민주당 윤여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2차 TV토론을 보지 않았다며 “(토론이) 대세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토론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고리’를 끊고 정책 위주의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당은 정책으로 수권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금은 후보들이 빌미를 잡힐까봐 공약집도 안 냈다. 정책 공약이 준비가 되지 않아 토론을 정책 위주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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