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차 대선후보 TV 토론회는 사실상 ‘정책 검증’보다 ‘인신공격’과 ‘과거사 논쟁’이 중심이 됐다.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은 120분간 이어진 토론 내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네거티브 전을 벌였다.

토론은 시작부터 격렬했다. 각 후보는 ‘1분 모두발언’이라는 인사말조차 비난과 비꼼으로 채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민주권과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적 상황에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다”며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 진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그 전엔 가짜였다는 말인가”라며 “이런 식이라면 진짜 총각인가, 가짜 총각인가, 진짜 검사인가, 검사 사칭인가 묻고 싶다”고 맞받아쳤다.
이후 본격적인 주제 토론에서는 상호 공약 검증보다 상대를 향한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과거 가족 문제를 거론하며 “기본적인 인륜을 무너뜨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니 국민 걱정이 크다”며, 성남시장 시절 이 후보가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사건을 언급했다.
이에 이 후보는 “가정사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면서도 “김 후보도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관에게 전화를 걸어 ‘나 김문수다’며 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역공을 폈다.
이어 이 후보는 “김 후보가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비호하고 있다”며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 등과 단절할 의향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재차 압박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을 겨냥해 “통진당의 후예이자, 진보당에 국회 의석을 넘긴 정당”이라며 “그들은 사실상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며 유일하게 공방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설전을 멈추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또 이 후보가 작년 부산 유세 중 흉기 피습을 당한 후 헬리콥터로 서울에 이송된 일을 거론하며 “대통령도 아닌 사람이 황제처럼 행동했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후보도 공세에 가세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간병비 보장성 확대 공약을 두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떠올리게 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으며, 이 후보의 ‘호텔 경제학’ 이론에 대해서도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에너지 정책은 국제 감각과 거리가 있으며 매우 편협하다”며 “젊지만 사고는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반격했다.
토론 말미에도 날 선 언사가 이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친중(親中)으로 몰리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그런 망상에 빠진 정치인은 위험하다”고 비꼬았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의 미래 비전을 논의해야 할 자리가 점점 인신공격과 허위 주장으로 흐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후보 간 정책 차이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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