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상황 주시해… 공주에 미칠 영향 분석”
미국의 명문 하버드 대학교가 외국 유학생 유치 자격을 박탈당하자 벨기에 왕실이 잔뜩 긴장하고 나섰다. 왕위 계승 1순위인 엘리자베트 공주가 현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왕실은 이날 미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권을 취소한 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실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엘리자베트) 공주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중”이라며 “아직 걱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공주의 학업에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있으려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하버드대가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만큼 연방법원이 본안 판결 때까지 외국 유학생 등록권 취소 조치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23세인 엘리자베트 공주는 지난해 하버드대 대학원에 입학해 2년 과정의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01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어로 가르치는 학교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벨기에 국왕 필리프(65)와 왕비 마틸드(52)가 낳은 2남 2녀 중 장녀인 엘리자베트 공주는 왕위 계승 1순위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2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의 외국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를 향해 “다음 학기 유학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학 중인 유학생도 (미국 체류) 신분을 유지하려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한다”고 통보했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현재 약 150개국에서 온 1만여명의 외국 학생이 하버드대에 등록 중이다. 한국인 학생도 434명이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 간의 갈등은 지난 4월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반(反)이스라엘 성향인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한 유학생 제도 재편 등 10개 요구 사항을 내밀었다. 여기에는 학생 입학 및 교직원 채용 과정에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의 완전 폐기, 중국 정부와의 협력 단절 같은 내용들도 포함됐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끊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하버드대는 “정부의 요구는 사립학교의 권리를 침해해 부당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 중이다. 학생들은 “트럼프는 학교 간섭에서 손을 떼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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