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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학생 가족 민원 시달리다 숨진 중학교 교사 추모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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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3 17:21:06 수정 : 2025-05-23 17: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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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분향소 설치…김광수 교육감, 전국소년체전 일정 취소
교육차관·도지사 등 조문…교원단체, 애도 성명
유족 “무단결석 지도하다 항의받아…스트레스 극심”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모 중학교 교사의 분향소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설치한 분향소에는 일반 도민과 학생의 조문이 이어진 가운데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과 간부 공무원 등도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23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숨진 중학교 교사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김 교육감은 전날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했다가 교육청으로 복귀했다. 김 교육감은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 일정도 취소했다.

 

오 차관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 정말 가슴 아파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이초 사건 이후에 선생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제도적인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며 “제주도교육청의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민원 대책 실행 상황에 대해 전국적으로 점검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23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숨진 중학교 교사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김 교육감은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곧 목숨을 살리는 일인데 우리 제주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단 고인을 잘 모신 다음에 경찰 조사 등을 보면서 매뉴얼을 점검하고 충격을 받은 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교육적 접근 방안도 마련하겠다”며 “교육부와 함께 학교 현장에서 어떤 구체적인 방법들을 실천할 것인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오 차관과 김 교육감은 숨진 교사의 빈소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교육청은 이날 오전 교사가 재직했던 중학교에서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정서 위기 고위험군 선별 검사 및 특별교육을 진행했다. 특별교육의 내용은 건강한 애도 과정을 통한 돌봄이다. 교육청은 또 이 학교에 특별상담실을 설치, 이날과 26일 이틀에 걸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개인 상담을 진행한다. 29일에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전문의 조언을 받는 시간도 마련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간부 공무원들이 23일 오후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숨진 중학교 교사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 지사는 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더 나은 교육환경·제주사회를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애도 성명을 내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는 교육의 자리는 그 누구도 홀로 두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부는 “과도한 행정, 고립된 민원 대응, 마음을 다했던 학생 관계에서조차 비난받는 구조는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겠다고 느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늘 아이들 곁에 있으려 애썼지만, 그 애씀은 종종 희생의 다른 이름이었다”며 “선생님 한 분이 자리를 지키며 견뎌온 시간은 곧 우리가 모두 견디고 있는 시간이고 우리는 그렇게 모두 ‘고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지부는 “안정은 슬픔을 억누를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울고, 충분히 이야기할 때 ‘진짜 안정’이 찾아온다”며 추모 공간을 마련해 준 학교 당국에 고마움을 표했다.

 

제주지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추모글에는 ‘학교 생활 선생님 덕분에 좋았습니다. 그곳에선 편히 쉬세요’ 등 고인의 재직했던 학교와 인근 학교 학생들, 소속 중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남긴 댓글이 이어졌다.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들을 위해 묵묵히 교실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견디신 선생님이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고인을 죽음을 애도했다.

 

23일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설치한 분향소에 일반 도민과 학생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그러면서 제주교총은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어 “현장교원들이 악성 민원에 대한 걱정없이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선생님과 함께 하며 교권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은 주말인 24일과 2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

 

지난 22일 새벽 제주 모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 A씨의 유족들은 고인이 최근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A씨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교내에서 담배를 피거나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 등 일탈행위를 해 온 학생 1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계속 항의를 받았다고 했다.

 

A씨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는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학생 가족이 아침부터 밤까지 많게는 십여차례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 학생 가족은 최근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A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저질렀다’는 민원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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