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과 근황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 ‘전투토끼’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민적 공분과 사적 제재 욕망을 이용한 범죄로,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엄히 꾸짖었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김송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유튜브 전투토끼 채널 운영자 30대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782만3256원 추징을 명령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추징금은 전투토끼 채널에 해당 동영상들을 게재하면서 창출한 수익금으로, 수사상 확인된 금액이다.
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 아내이자 충북 한 지자체의 공무원이었던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에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여러 명의 신상을 동의 없이 공개하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사과 영상을 자신에게 보내지 않으면 해당 피해자들 가족 신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협박·강요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같은 기간 충북 한 지자체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성폭행 사건 가해자 등 수십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뒤 남편인 A씨에게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판사는 “A씨가 제작한 이 사건 유튜브 영상들은 그 목적이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명확하다”며 “단순히 사인인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이들을 사회에서 매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유튜브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경제적 동기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명백히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과거 충실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분란의 씨앗을 남겼다”면서도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피해자 중 상당수는 밀양 성폭행 사건과 무관함에도 사회적‧경제적으로 매장됐으며,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까지도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며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고 사회의 신뢰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고 엄정한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 동안 성폭행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협박한 사건이다.
비교적 범행 가담 수위가 낮았던 70여명을 포함하면 범행 규모는 훨씬 크다.
44명 중 적극적으로 개입한 10명만 재판에 넘겨졌고, 34명은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합의 등을 이유로 풀려났다.
재판에 넘겨졌던 10명도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해자들 신상과 근황이 공개돼 20년 만에 사건이 재조명됐다.
국민적 공분을 다시 사면서 ‘사적 제재’라는 사회적 부작용 논란도 일었다.
밀양시가 20년 만에 이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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