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30명까지 증원한다. 늘어나는 16명은 법 시행 1년 경과 후 8명, 2년 경과 후 8명 등 순차적으로 늘린다. 현행법은 대법관의 자격을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출신 공공기관 내 법률 담당자, 변호사 출신 법학 계열 교수 가운데 각각 20년 이상 일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란 자격이 추가 신설됐다.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박 의원은 “대법관의 임용 자격을 확대해 소수 엘리트 고위 법관 위주의 대법원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 경력,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대법원에 진입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법원 구성을 오픈하면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위 엘리트 법관 중심인 현재의 대법관 구성을 다원화해 ‘사법 카르텔’을 해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들어가면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판결 불복이 늘어날 것이 뻔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법조계에서도 “최종심인 대법원을 변호사가 아닌 사람으로 채운다면 하급심은 뭣 하러 변호사 자격 있는 사람으로 뽑나”라고 반발하지 않나.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 탄핵,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 등 민주당이 사법부를 공격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그 취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원 구성에 정치권 입김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벌써 유시민, 김어준씨 같은 친민주당 인사들을 대법관으로 기용해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대법원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부분 선진국은 대법관 자격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최소 15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 독일은 법관 자격이 있는 자로 한정한다. 미국은 대법관 자격을 헌법이나 법률에 따로 명시하지 않지만,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대법관이 된 사례는 없다. 시민참여재판인 배심원제를 별도로 두고 있지만, 이 제도는 1심 법원에서만 활용된다. 베네수엘라나 헝가리 등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늘리고 있을 뿐이다. 어떤 제도가 민주주의에 더 부합한 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법원이 지난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법원 구성마저 바꾸려 하는 건 입법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사법부 장악이 아니라 사법부 해체로 불러야 옳다”라고 질타했다. 법치주의·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민주당의 대법원 장악 기도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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