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 오전 5시·막차 밤 12시 30분
경기 거주 직장인 “지금도 힘든데”
자영업자 “악재”… 매출 타격 우려

경기 화성 동탄에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학원으로 통학하는 대학원생 이창현(27)씨는 서울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단축된다는 소식에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씨는 주 2회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지하철이 끊기면 버스를 잡거나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를 타면 야간할증까지 붙어 10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 하는 경기도민들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22일 지하철 1~8호선 첫차 시간을 현재 오전 5시30분에서 5시로 30분 앞당기고, 막차도 오전 1시에서 30분 앞당겨 운행한다고 밝히면서 막차 시간에 영향을 받는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시에 따르면 운행 시간 조정은 서울 구간에만 적용되며, 지하철노조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8월 시행된다. 평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밤 12시54분에 출발하는 삼성역행 열차는 이번 조정으로 30분 당겨져 밤 12시24분 전에 강남역에 도착하지 못하면 탑승할 수 없다. 시는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등 새벽 시간대 근로자의 대중교통 편의를 돕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심야 이용객들의 불편도 무시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당혹감이 크다.
경기 고양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박수진(31)씨는 “평소 야근하다가 지하철을 놓칠 것 같다 싶으면 광역버스를 타는데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퇴근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며 “30분이 더 앞당겨진다고 생각하니 그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무조건 오후 11시 안에는 타야 한다는 공포가 있는데 여기서 30분이 더 단축되면 아예 야근을 못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20대 직장인들의 불만도 높다.
회사원 구모(27)씨는 “좋은 취지인 건 알겠지만 특정 대상만 고려한 정책”이라며 “시간이 당겨지면 회식에서나 친구들과 약속할 때도 시간을 계속 확인해야 하고 노는 시간도 제한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구씨는 “택시 이용이 많아지면 돈도 엄청 들고, 택시 잡는 경쟁도 치열해져 결국 집 가는 시간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용석(52)씨는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여름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악재”라며 “막차 시간이 당겨지면 손님들이 일찍 자리를 뜨고,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도 “밤늦게까지 장사하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시는 이날 “노사협의, 철도안전관리체계 신고, 코레일 포함 유관기관 협의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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