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토머스 조이너, 김재성 번역, 황소자리, 2만2000원)=‘자살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토머스 조이너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부 교수의 대표작이다. 그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전도유망한 심리학자의 길을 개척하던 시절 아버지를 자살로 여의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은 저자에게 자살은 개인적 아픔이자 탐구해야 할 직업적인 과제였다. 수천 건의 의료기록과 자살기도자의 증언을 토대로 자살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한 저자는 ‘짐이 된다’는 감정과 ‘소속감 단절’, ‘치명적 자해를 감행할 수 있는 습득된 능력’이 자살의 욕망을 싹틔우고 키우는 핵심 요소라고 결론 낸다. 저자는 특히 ‘습득된 자해 능력’에 주목한다.

한비자, 나라 다스리는 법을 말하다(이성주, 신병근 그림, 생각비행, 1만5000원)=‘고전으로 만나는 진짜 세상’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저자는 펜더 선생과 한아름, 장필독이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법을 활용한 통치로 혼란한 세상을 안정시키고 백성의 이익을 고민한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에 활동한 법가 사상가 한비자(韓非子)의 사상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한비자의 삶과 고민을 살펴봄으로써 법이 왜 필요한지, 법이 잘못되면 왜 우리 삶이 힘들어지는지, 법이 권력에 종속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트럼프2.0과 에너지대전환(유승훈·이재호, 석탑출판, 2만원)=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요란하게 닻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미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유·천연가스를 충분히 생산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세계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고, 이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 “에너지는 생존의 문제”라며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성장을 원칙으로 트럼프 2기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도 제시한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챗GPT(박상길, 정진호, 비즈니스북스, 1만9500원)=“챗GPT는 도대체 어떻게 작동할까?” “앞으로 AI와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돌아갈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대표 주자인 챗GPT 원리를 그림과 함께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 책이다.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챗GPT의 핵심 구조인 GPT 모델이 어떻게 정보를 학습하고 문장을 생성하며 의미를 이해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초거대언어모델(LLM), 트랜스포머,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 환경 등 복잡한 개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풀어냈다.

고래눈이 내리다(김보영, 래빗홀, 1만6800원)=과학소설(SF) 작가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 이후로 5년 만에 낸 신작 소설집이다. 2013∼2024년 문예지와 과학 잡지, 일간지 등에 게재한 단편 아홉 편을 수록했다. ‘고래눈이 내리다’를 표제작으로 실어, 심해 생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생태 파괴의 문제의식과 지구 회복의 염원을 담아낸다. 이 작품과 짝을 이루어 주제를 공유하는 ‘귀신숲이 내리다’는 버려진 우주 거주구에서 자라나는 버섯과 산호의 강한 생명력으로 모든 폭력과 공해로 파괴된 세계에 회복의 힘을 느끼게 한다.

아홉살 환경 사전(박성우, 김효은 그림, 창비, 1만5800원)=함께 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표현 80가지를 담아 어린이의 생태 감수성과 어휘력을 길러 주는 교양서이다. ‘가꾸다’부터 ‘회복하다’까지 환경과 관련된 80가지 말을 가나다순으로 소개한다. 어린이가 처음 접하는 환경 개념도 일상 속 사례와 연결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 흔히 쓰이는 말을 생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예를 들어, ‘기다리다’는 할머니 댁 마당에 심은 사과나무가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멈추다’는 산에 갔다가 주운 도토리를 다시 놓고 오는 상황으로 풀어낸다. 또한 ‘신비롭다’는 말은 강가에서 별똥별을 보거나 장수풍뎅이가 날개돋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으로 소개돼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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