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전쟁/ 어니스트 샤이더/ 안혜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2만5000원
1951년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화학자 쉬광셴은 미국에 남는 대신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미국 의회가 갓 태어난 ‘중화인민공화국’ 유학생 귀국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던 시점이었다. 그는 아내이자 동료 과학자인 가오샤오샤와 함께 베이징대로 향했으나 문화대혁명기의 혹독한 감금생활을 견뎌야 했다. 석방 후 쉬광셴은 중국 희토류 연구선구자로 활동하며, 프라세오디뮴과 루비듐 등 핵심 원소의 분리 기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의 연구는 1970년대 중반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매장국임을 밝혔다. 중국은 이를 발판 삼아 희토류 가공 산업의 절대 강국으로 떠오른다. 미국과의 ‘광물 전쟁’은 이때 예고된 셈이다.
리튬, 니켈, 구리, 코발트, 희토류 다섯 광물은 오늘날 첨단산업의 핵심이자, 군사와 에너지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이다. 이 자원 없이는 전기차도, 풍력발전도, 최신형 전투기도 만들 수 없다. 특히 희토류는 테슬라의 구동 시스템에서부터 F-35의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뼈대’로 기능한다. 아울러 중국은 이 가공 산업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희토류 산업을 선도하던 미국은 이후 몇십 년간 이를 중국에 넘겨주는 데 사실상 방관자 역할을 했다. 현재 미국 내에 남아 있는 희토류 광산은 단 하나뿐이며, 가공시설은 전무하다. 2019년 중국은 실제로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언급하며 이를 ‘무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덩샤오핑이 1987년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천명했을 때부터 자원무기화는 중국이 택한 지정학적 전략이다.
로이터통신 에너지 전문기자인 저자는 볼리비아의 리튬 삼각지대, 콩고의 코발트 광산, 중국 내륙의 희토류 가공공장부터 워싱턴 의회 내부까지 광물 전쟁 최일선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탄소중립을 말하지만, 과연 친환경 전환을 실현할 자원과 시스템은 갖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채굴은 더럽고 불편한 현실이지만, 그걸 하지 않으면 ‘녹색미래’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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