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프로야구가 재미있다.
수년간 하위권을 맴돌아 팬들에게 ‘엘롯기 동맹’으로 불리던 LG, 롯데, KIA가 가을 야구가 가능한 상위권으로 올라선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둘째는 만년 꼴찌 한화가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연승행진을 하며 세 팀 속에 끼어들며 강팀으로 떠올랐다. 특별하게 응원하는 팀이 없는 나는 요즘 각 팀의 강속구 마무리 투수를 비교하는 맛에 야구를 본다.
20일까지의 기록을 보면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한화 김서현이다. 188㎝의 장신 투수인 김서현은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4타자 연속 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14세이브째.
김서현은 2023년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최고의 기대주. 당시 최고 구속 155㎞/h의 강속구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제구력을 찾지 못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팀에 합류한 투수조련의 달인 양상문 투수코치와 합을 맞추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3.76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고, 올해는 공포의 마무리 투수로 변해 나가고 있다. 김서현은 25경기에 투입돼 22⅔이닝을 던져 1패1홀드14세이브(1위)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 중이다.
또 한 명의 막강 마무리는 kt 위즈 박영현이다. 2022년 입단한 박영현은 지난해 10승2패25세이브로 승률 1위를 차지하면서 확실한 주전 선수가 됐다. 박영현은 20일 강팀 KIA와의 경기에서 3안타를 허용하면서 1실점 했지만 탈삼진 2개를 빼앗아내면서 세이브를 따내 김서현과 세이브 1위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영현의 최고 구속은 김서현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150㎞/h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등 구종이 다양해 상대 타자들을 압도한다.
김서현과 박영현 외에도 올 시즌에는 KIA 정해영, 롯데 김원중도 상대 타자를 압박하는 구위로 나란히 13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팀의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지난해 혜성처럼 떠올랐던 두산 마무리 김택연은 최근 상대 타자에 홈런으로 공략당하면서 주춤하지만 역시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와 정면 승부로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1990년대 막강 팀이던 해태 타이거즈는 선동열을 앞세워 프로야구판을 평정했다. 당시 해태는 1점만 앞서고 있어도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었다. 선동열이 불펜에서 몸을 풀기만 해도 상대 타자들은 심리적 압박감에 위축돼 패전의 길로 들어섰다. 2000년대에는 삼성이 돌부처 오승환을 내세워 왕조를 만들어 냈다.
20대 초반의 젊은 피 김서현, 박영현, 김택연 트리오가 던지는 돌직구를 직관하러 야구장으로 가자!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