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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만난 남아공 대통령 “우린 드릴 비행기 없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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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2 09:33:46 수정 : 2025-05-22 09: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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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타르가 美에 전달한 선물 소재로 농담
‘관계 개선 원하나 굴종 외교는 않는다’는 뜻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드릴 비행기가 없다”고 사과했다. 최근 중동의 석유 부국 카타르가 미국에 대통령 전용기, 즉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할 고급 항공기를 선물한 점을 거론하며 ‘남아공은 그런 굴종 외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상회담 개시에 앞서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취임 후 극도로 악화한 남아공과 미국 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라마포사는 트럼프에게 “우리도 대통령님께 선물할 비행기가 있으면 좋겠다”며 “드릴 비행기가 없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저도 그러길 바란다”며 “만약 대통령님께서 비행기를 주신다면 바로 가져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배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라마포사의 언급은 최근 미국과 카타르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비꼰 농담으로 풀이된다. 카타르는 트럼프의 중동 순방에 맞춰 “에어포스원으로 쓰라”며 왕실이 소유한 고급 항공기를 미국 행정부에 기증했다. 이는 최신 모델인 보잉 747-8 기종으로 현재 미 국방부가 에어포스원으로 사용하는 보잉 747-200B보다 훨씬 사양이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언론에서 “하늘을 나는 궁전”(flying palace)이란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카타르 정부는 “미 국방부와 카타르 국방부 간의 거래일 뿐 (트럼프라는) 특정 개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나,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가 미국·카타르 관계 개선을 미끼로 뇌물을 받은 것”이라며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카타르 왕실이 최근 미국 국방부에 건넨 보잉 747-8 기종 여객기. 개조 과정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전용기, 즉 ‘에어포스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라마포사가 이런 농담을 던진 것은 최근 미국·남아공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뇌물을 바치진 않겠다’는 결기를 드러낸 행동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남아공 정부의 각종 정책을 문제 삼으며 원조를 중단하는 등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 남아공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펴는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 트럼프는 남아공을 “반미 국가”로 규정했다. 남아공이 개인의 토지를 국가가 무상으로 수용하는 법을 도입한 것에 대해선 “흑인과 비교해 백인을 차별하는 토지 몰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여기엔 남아공 출신 기업인이자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조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남아공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백인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자 라마포사는 “미 행정부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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