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 통해 반복 주문 가장매매로 처벌
선매수 뒤 SNS 추천하며 치고 빠지기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지적
2024년 7월 가상자산법 시행에도 판쳐
이상거래 의심 절반 이상이 20·30대
금감원 “형사처벌·과징금 부과될 수도”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평소 거래량이 적고 시가총액이 적은 소형종목을 눈여겨봤다. 그리고 가상자산을 선매집한 이후 자신의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반복적으로 상호체결시켜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위장하는 ‘가장매매’에 집중해 시세를 10배 이상 급등시켰다. 이후에도 거래량을 늘려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위장해 수익을 챙겼다.

B씨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격 변동률이 갱신되는 시각 전후에 지정가 매수주문을 통해 가상자산을 매수했다. 그리고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시장가 매수 등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해 넣었고, 최고가를 경신하기 위한 수동 고가 매수 주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
금융감독원이 일부 가상자산투자자의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칼을 빼 들었다. 유가증권시장 등 국내 보편화된 투자처와 달리 가상자산의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낮아 여전히 법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적발된 불공정거래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21일 금감원이 발표한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세 변동률이 초기화되는 시각 전후나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 기간 등에 API를 통해 고가매수 주문을 집중 제출해 가상자산 가격과 거래량을 급등시키는 행위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처벌된다.
또 API를 통한 자동 매수·매도 과정에서 본인의 매수·매도 주문이 반복적으로 상호체결되는 경우에는 가장매매로 처벌될 수 있다.

다수 계정을 운영하면서 API를 통해 동시에 매수·매도 주문이 제출되도록 설계하고, 해당 계정 간 매수·매도 주문이 반복적으로 상호체결되는 경우에는 ‘통정매매’로 적발될 수 있다.
내부자로부터 가상자산의 거래지원(상장) 등 중요정보를 사전에 알게 된 이후 해당 정보를 이용해 다른 거래소에서 해당 가상자산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행위 역시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가상자산을 선매수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매수를 권유한 다음 매수세가 유입돼 가격이 상승하면 선매수한 가상자산을 매도하는 행위 역시 불공정거래 행위다.
최근 이 같은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는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지난해 7월19일 도입된 이후 그해 말까지 가상자산거래소의 이상거래 예방조치 중 52.5%가 20∼30대 이용자에게 부과됐다.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자 중에도 20∼30대 이용자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금감원 조사에서 “가상자산법 시행 전부터 투자를 해왔으며, 매매가 위법인지 몰랐거나 실수에 의한 거래였다”고 주장하지만 불공정거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돼 형사처벌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가 국내에서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장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같은 해 상반기(56조5000억원) 대비 91% 불어났고, 개인·법인 이용자도 970만명(중복 포함)으로 25% 늘었다.

금감원은 “거래소의 이상거래 탐지체계 및 금융당국의 조사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시장감시 능력 제고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조기에 적발할 계획”이라며 “적발된 불공정거래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히 조치하는 등 건전한 가상자산시장 질서 확립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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