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영현 15S 단독 선두 올라
朴, 마무리 투수 2년차 괄목성장
첫 마무리 한화 김서현, 14S 2위
KIA 정해영, 2연속 구원왕 정조준
롯데 김원중, 6년차 노련미 돋보여
프로야구에서 마무리 투수가 중요한 대접을 받는 것은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면 그날 경기는 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중압감이 큰 자리이다. 완벽할 수는 없기에 무너지는 날도 있지만 이를 빨리 극복해 평정심을 되찾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각 구단이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신력도 단단한 마무리 투수를 키워내는 게 중요한 숙제인 이유다.
2025시즌 KBO리그는 뛰어난 마무리가 대거 등장해 치열한 구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 김서현(21), KT 박영현(22), KIA 정해영(24), 롯데 김원중(32)의 4파전 양상이다.

박영현은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9회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냈다. 15세이브째를 추가한 박영현은 이날 등판하지 않은 김서현(14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 뒤는 정해영과 김원중이 13세이브로 바짝 쫓고 있다. 그 다음 순위인 NC 류진욱(10세이브)은 격차가 벌어진 상태라 사실상 박영현 등 네 투수가 시즌 막판까지 구원왕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김원중을 제외한 셋이 20대 초반의 젊은 마무리란 점도 눈에 띈다.
프로 4년 차 박영현은 기존 KT 마무리였던 김재윤이 삼성으로 떠난 2024시즌 소방수 옷을 입고 24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로 안착했다. 올해는 2패와 세 번의 블론세이브가 있고 평균자책점이 3.04로 높은 편이지만 경험이 쌓여가면서 노련해진 모습이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구속과 함께 볼 회전수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년 차 초보 마무리 김서현의 활약도 눈부시다. 시즌 초반에는 필승 셋업맨 역할을 맡았던 김서현은 마무리 투수였던 주현상이 부진하자 중책을 맡게 됐다. 첫 마무리 보직임에도 김서현은 최고 시속 160㎞의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에서 손꼽히는 마무리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만 해도 위기상황에서 흔들려 정신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즌 1패를 기록 중이지만 블론세이브가 단 한 차례도 없고 평균자책점은 0.75로 짠물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31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른 정해영은 타이거즈의 ‘끝판왕’이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광주 두산전 더블헤더에서 연거푸 구원에 성공한 정해영은 기존 타이거즈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였던 ‘전설’ 선동열의 132세이브를 넘어 통산 134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2패와 블론세이브가 두 차례 있으나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해영은 구속이 아주 빠른 편이 아니지만 투수판에서 공을 놓는 지점까지 앞으로 끌고 나가는 거리를 뜻하는 익스텐션이 최장 220㎝에 달한다. 그만큼 타자들에게는 실제 구속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져 정타를 날리기가 어렵다.
김원중은 이들 젊은 피 사이에서 노련미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20년부터 6년째 롯데의 뒷문을 지키고 있는 그는 2021시즌 35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92㎝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140㎞ 후반대의 포심 패스트볼과 시속 130㎞대의 낙차 큰 스플리터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특히 올해까지 역대 5번째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 두 번의 세이브 기회를 날리기는 했지만 1.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만큼 안정적이다.
이들이 펼칠 구원왕 경쟁의 승자는 팀 성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 경기 막판까지 앞서 나가는 힘이 있어야 세이브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박빙의 승부를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도 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구원왕 경쟁과 팀 성적은 불가분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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