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천재 과학자의 고뇌와 핵폭발 순간의 강렬함을 담은 교향곡이 국내 초연된다.
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따르면 미국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존 애덤스의 '닥터 아토믹'(원자폭탄 박사)이 5월 시향 무대에 오른다.

존 애덤스는 9·11 테러, 미·중 수교 등 현대사 중요한 장면을 음악으로 그려온 작곡가다. ‘닉슨 인 차이나’(1987)로 가장 성공적인 현대 오페라 작곡가 반열에 오른 후 2005년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삶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오페라 ‘닥터 아토믹’을 선보였다. 영화 ‘오펜하이머’보다 훨씬 앞서 1945년 7월 뉴멕시코 사막에서 첫 원자폭탄 실험을 하게 된 과학자와 군인이 겪는 긴장·두려움·윤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존 애덤스는 2년 후 이를 다시 교향곡으로 발표했다. 2007년 초연 당시 45분에 달하는 개별 악장 형식이었으나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속적으로 연주되는 25분 분량 3악장 구성으로 개정됐다. 오페라의 극적 서사와 음악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순수 관현악곡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닥터 아토믹’은 팀파니, 금관 팡파르 등의 강렬한 음향 효과로 핵전쟁 후의 황폐한 풍경을 청각적으로 암시하며 시작한다. 핵실험 직전 시험장에 몰아친 격렬한 긴장감을 음악적으로 묘사한다. 트롬본을 비롯한 금관악기는 군사적 긴장감과 위세를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피날레에 이르러선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였던 오펜하이머의 아리아 ‘내 마음을 두드리소서(Batter My Heart)’가 솔로 트럼펫으로 연주된다.

서울시향은 이 작품 초연 지휘를 현대음악에 정통한 데이비드 로버트슨에게 맡겼다. 이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도 함께 연주된다. 로버트슨은 시향과 인터뷰에서 “두 작곡가 모두 소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마치 음악적 현미경을 통해 작은 표현적 입자들을 관찰하고, 이러한 작은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더 큰 형태로 발전하는지를 탐구하는 것 같다”며 “이들의 음악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조가 진화하는 방식과 각 작품 내에서 전개되는 생성 과정을 사랑한다. 또한 이 음악들에서 우리는 핵시대를 전후한 명확한 변화 또한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 협연자로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24일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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