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9회 대회에선 이스라엘 가수 ‘2위’
최근 마무리된 ‘유로비전 송 테스트’ 결선에서 이스라엘 출신 가수가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이스라엘은 유로비전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956년 시작해 올해로 69회를 맞은 유로비전 송 테스트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음악 경연 대회다.

1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러시아는 모든 국제 경연 대회에서 떠나야 했다”며 “당연히 유로비전에도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이스라엘의 국제 경연 대회 참가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와 이스라엘을 상대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규탄한 것이다.
스페인은 2024년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승인한 바 있다. 산체스 총리는 “부당한 전쟁의 비극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국제법과 인권에 대한 스페인의 존중은 한결같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주에도 의회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집단학살 국가”(genocidal state)란 표현을 썼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량으로 학살하고 있다”는 산체스 총리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텔아비브에 주재하는 스페인 대사를 초치해 “산체스 총리의 발언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항의했다.

유로비전 송 테스트는 유럽방송연맹(EBU)에 속한 각국 방송사가 매년 자국 대표로 출전할 1팀의 가수를 선발하여 이들끼리 노래와 퍼포먼스를 겨루는 형태다. 비유럽권 국가 중에서도 이스라엘, 튀르키예, 모로코,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 17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제69회 대회 결선에서는 이스라엘의 신인 팝 발라드 가수 유발 라파엘(24)이 ‘새로운 날이 떠오를 거야’라는 곡으로 2위를 차지했다. 라파엘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서 가까스로 몸을 피한 사연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라파엘은 “하마스가 방공호에 숨은 우리를 찾아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며 “이미 죽은 사람들 시신 아래 숨어 살아남았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라파엘이 유로비전 결선에 진출한 뒤 일각에선 “가자 지구에서 민간인 등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계속하는 이스라엘의 대회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결선 당일 반(反)이스라엘 시위대 200여명이 대회가 열리는 행사장 부근 거리에 모여 “라파엘의 공연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무대 위로 난입하려다가 보안 요원에 의해 제지를 당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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