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패·불편 겪어볼 기회조차 없는 양육 환경…아이 자기조절력, 회복탄력성 기르기 어렵다”
학교, 가정, 지역사회 등이 협력…‘정서적 회복력’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 마련해야 할 시점
최근 3년간 서울 초등학생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증가와 함께 1980년대생 부모의 과잉보호적 양육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서울학생종단연구 2020 3차년도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생의 우울감(3점 만점 기준)은 2021년 0.51점에서 2022년 0.66점, 2023년 0.73점으로 매년 상승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 113곳, 중학교 98곳, 고등학교 99곳이 참여했다. 초등학생은 2021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학생들을 3년간 추적 조사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초등학생의 불안(1점 만점) 지표 중 ‘과도한 걱정’은 2021년 0.44점에서 2023년 0.58점으로 증가했다. ‘예민함’은 0.41점에서 0.49점으로, ‘부정적 정서’는 0.17점에서 0.26점으로 모두 상승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학생들의 부정적 정서 증가 원인으로 △학업·또래 관계에서의 스트레스 △스마트폰과 SNS 사용 시간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경제적 부담 △수면 시간 감소 등을 꼽았다.
교육연구정보원은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소통한다”며 “화려한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에 참여한 자문위원은 초등학생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80년대생 학부모’의 양육 방식을 지목했다.
그는 “작은 좌절에도 부모로부터 지나친 정서적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오히려 불안 수준이 높고,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잉보호는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나는 우울·불안 지표 상승을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아동·청소년 환경 전반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자극적인 콘텐츠 노출과 타인과의 비교는 아동의 자존감과 정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패나 불편을 겪어볼 기회조차 없는 양육 환경에서는 아이가 자기조절력과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협력해 아이들의 정서적 회복력을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순한 정신건강 진단을 넘어 정서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부모 대상 교육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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