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가 이어진 5월 셋째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돈을 요구한 남녀가 구속되는가 하면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에선 법원이 제조사 측 손을 들어줬다.
◆ 손흥민에 ‘임신 협박’ 남녀 결국 구속…친부 확인은 아직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윤원묵 부장판사는 전날 공갈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양모씨와 공갈미수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용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연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손흥민의 전 연인인 양씨는 지난해 6월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손씨를 협박해 3억여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용씨는 올해 3월 손씨 측에 접근해 7000만원을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양씨의 병원 기록을 확인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사실은 확인했으나, 양씨가 중절한 태아의 아버지가 손씨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의 수행비서라고 밝힌 한 측근은 이날 언론에 “선수가 임신시킨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컨디션 등에 문제가 생길까 봐 내가 직접 돈을 건네고 각서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 강릉 손자 사망 ‘급발진’ 소송…운전자, 9.2억 손배소 패소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인 이도현(당시 12세)군을 잃은 60대 할머니와 가족들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사고 당시 승용차 운전자 A(68)씨와 손자 도현군 유족이 자동차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9억2000만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A씨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했으며 급가속 시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작동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유족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조작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2022년 12월6일 오후 3시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배수로에 추락해 동승자이자 손자인 도현군이 숨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가 약 30초 동안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고 외치는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 주호민 “굉장히 속상”…특수교사 무죄에 심경 밝혀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김은정 강희경 곽형섭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특수교사 B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1심과 정반대 판단을 내렸다.
B씨는 2022년 9월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주호민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 내용 등을 기반으로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주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에서 인정했던 증거능력을 2심이 인정하지 않아 결과가 바뀐 것 같다”며 “굉장히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장애아가 피해를 당했을 때 증명하는 방법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며 “법적 내용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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