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오도하고 정치 혐오 키워
토론에선 정책·비전 대결 펼치길

21대 대선에서도 네거티브 공세가 판을 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과거 욕설 논란과 여배우와의 불륜설을 꺼내 들었다. 김 후보는 “형수 욕을 해도 보통 욕하는 게 아닌 이런 사람을 확 찢어버려야 하지 않나”라며 “저는 결혼한 이후에 한 번도 제가 총각이라고 속여본 적 없다. 형수에게 욕 한 번 해본 적 없다”고 했다. ‘불륜설’은 이 후보와 해당 배우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고소·고발이 이뤄졌으나 검찰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종결한 사안이다. 김 후보까지 나서 공격할 만한 사안인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망언집’을 내놓자 ‘김문수 망언집’으로 맞불을 놨다. ‘김문수 망언집’에는 김 후보가 대학 초청 강연에서 걸그룹의 외모를 비속어로 품평하고 ‘춘향전’ 얘기를 하다가 외설적인 표현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거론된 김 후보 언급이 부적절한 건 맞지만 이런 걸 대선 후보 검증이라고 할 수 있나. 이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내란에 어영부영 동조했다, 안 했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람”이라며 ‘내란 동조자’로 몰아붙였다. 비상계엄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위법한 조치였다는 결정이 났지만,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과도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손상된 국격을 회복하고 분열된 민심을 통합해 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런데 후보들이 앞장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으니 실망스럽다. 후보자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유권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후보자의 공약과 비전, 문제 해결 능력이다. ‘망언집’이나 내놓고 인신공격을 해대면 ‘누가 더 좋은 후보냐’를 결정해야 할 선거가 ‘누가 더 나쁜 후보냐’는 싸움으로 추락한다. 그러면 유권자의 판단이 흐려지고 갈등과 정치 혐오가 커진다.
갑자기 조기 대선 일정이 잡힌 탓인지 후보들의 공약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대법원 유죄취지 판결이 야기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국민의힘은 막판까지 요동친 후보 단일화 사태에 대응하느라 바빴다. 그렇다 보니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너도나도 네거티브에 기댄다. 더 혼탁해지기 전에 후보들이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18일부터 대선 후보자 토론회가 시작된다. 토론 주제인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대로 된 정책·비전 경쟁을 펼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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