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위반·사법정치화 초래”
“대법관 늘리면 모든 사건 상고화
재판소원은 4심제 도입하는 것
재판 지연·헌재 마비… 국민 피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희대 특검법’, ‘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 등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독립 침해는 물론 재판 지연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조희대 특검법)을 상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 또는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 같은 법안들을 두고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조희대 특검법은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남용 및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대법원장 특검을 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다”며 “사실상 사법부 길들이기 법안들”이라고 비판했다.
대구변호사회는 전날 ‘대법원장 청문회 및 특검법 발의 철회 촉구 성명서’를 내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청문회 증인석에 세우거나 강제 수사를 하려는 시도는 헌법 제103조와 국회법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종속될 수 있거나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신호”라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 및 재판소원 도입 법안 관련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증원 관련해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관 수만 증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화’해 재판 확정은 더더욱 늦어질 것”이라며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 버리기 때문에 전합의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증원을 결정한 시기와 규모가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대법관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한 정권에서 임명된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지적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원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것은 16명을 다음 정권이 임명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대법관 과반이 한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이 되니 사법부를 장악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국민에게 건강한 모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서 천 처장은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이 4심에 가서야 장구한 세월과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확정된다면 재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재판 지연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지금 계류 중인 헌법재판소 사건들도 지금 소화가 안 돼서 속도가 늦는데, 재판소원이 생기면 헌재 기능은 마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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