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만 받아오면 채무 없애주겠다” 피해자 속여
檢, 국외이송유인∙피유인자국외이송 추가 적용
지인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넘겨 감금하고 피해자 명의 계좌를 범행에 사용한 20대 3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피해자는 20여일 만에 구출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정현)는 지난달 29일 박모∙김모씨를, 이달 13일 신모씨를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대 중반의 피고인 3명은 지인인 피해자 A씨에게 사기 범행을 제안했으나 A씨가 실행을 거부하자 준비 비용 등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A씨를 비난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관광사업을 추진 중인데 캄보디아에 가서 계약서만 받아오면 채무를 없애주겠다”라며 A씨를 항공기에 탑승시켰다. 이들 중 1명은 A씨와 동승해 감시하다가 현지 범죄조직원들에게 A씨를 넘겼다.
현지 범죄조직원들은 A씨를 범죄단지에 감금한 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스마트뱅킹 기능을 이용해 A씨의 계좌를 범행에 이용했다. 2∼3m 높이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는 범죄단지는 콜센터 등 건물과 숙소 건물로 구성돼 있고, 경비원들이 출입을 통제했다.
박씨 등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현지 범죄조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A씨의 부모에게 A씨를 범죄단지에서 꺼내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계좌가 지급정지되자 A씨에게 A씨의 대포계좌 명의자들이 고문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부모에게 계좌에 묶인 돈과 장값(대포계좌 마련 비용)을 보내라고 하라”면서 협박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20여일 동안 캄보디아 범죄단지, 숙박업소 등에 감금돼 있던 중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구출됐다.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통신∙계좌 분석 등 보완수사를 통해 범행 단서를 명확히 확인하고 피고인들이 A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해 범죄조직에 인계한 사실을 밝혀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더욱 진화돼 해외에 범죄단지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실행하고 내국인들을 해외로 유인한 후 감금시켜 조직원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해외 취업이나 사업 관련 출국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검찰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활용해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A씨에게 심리치료 지원, 법정출석 동행 등 적절한 피해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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