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1만8000개를 들여오기로 하면서, 전 세계 AI 인프라 경쟁이 다시 한 번 뜨거워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사우디 국부펀드 소유 기업 ‘휴메인(Humain)’과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될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인 GB300 블랙웰 시리즈로, 사우디에 건립될 5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측은 “사우디는 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로, 이를 활용해 AI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휴메인은 장기적으로 수십만 개의 AI 칩을 도입할 계획이다.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을 동시에 추진 중인 만큼, 엔비디아 칩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 중에 나왔다. CNBC는 “세계 각국이 챗GPT 같은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계약은 AI 반도체가 외교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63% 급등해 131.27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0달러를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3조1700억 달러로 애플(3조1800억 달러)을 바짝 뒤쫓았다. 장중에는 애플을 제치며 시총 1위 자리를 잠시 되찾기도 했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은 관련 반도체주 전반으로 확산됐다. 브로드컴 주가는 4.98% 상승했고, 대만 TSMC는 3.75%, AMD는 4.01% 상승했다. 전날 7% 넘게 오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도 3.15% 오르며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테슬라 주가도 4.93% 오르며 334.07달러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의 항공·해양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AI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공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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