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치는 시청률에 잇단 폐지로 ‘굴욕’
“제작비 대비 고정팬 확실” 장점 재부상
K콘텐츠 인기 바탕 판권 계약도 겨냥
SBS ‘사계의 봄’ 187개국에 선판매
‘24시 헬스클럽’은 OTT서 먼저 호응
월화 안방극장엔 tvN ‘금주를 부탁해’
안방극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최근 평일 드라마가 속속 부활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 대체 플랫폼에 밀려 주말 위주로 드라마를 편성했던 방송사들이 다시 전략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방송가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서 러닝타임 30분가량의 일일극을 뺀 미니 시리즈 형식의 평일 드라마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집에서 ‘본방사수’를 하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는 사람이 늘면서 시청률이 급락하고, 방송 광고시장도 위축된 영향이 컸다. 생존경쟁에 놓인 방송사들이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평일 드라마를 속속 폐지하고, 금·토·일요일 드라마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였다.
지상파 중에선 KBS를 빼고 명맥이 끊겼던 평일 드라마를 최근 SBS가 되살렸다. SBS는 지난 7일부터 화·수요일 드라마 ‘사계의 봄’을 방송하고 있다. 2023년 11월 목요일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종영 이후 1년6개월 만에 등장한 SBS 평일 드라마다. ‘사계의 봄’은 K팝 최고 밴드그룹의 멤버인 사계(하유준)가 하루아침에 팀에서 퇴출당한 이후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작곡 천재 김봄(박지후)을 만나 재기하는 청춘 음악 로맨스다.

케이블 채널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도 평일 드라마 편성을 논의 중이다. tvN은 2023년 ‘스틸러 : 일곱 개의 조선통보’ 이후 중단했던 수목극을 다시 편성할 계획이다. 강훈, 이이담, 조현철 등의 출연 소식이 알려진 ‘아수라발발타’, 노정의·배인혁 등이 캐스팅된 ‘우주를 줄게’ 등이 거론된다. tvN은 지난 2월 ‘CJ ENM 콘텐츠 톡 2025’에서 “올해 하반기 tvN 수목드라마를 되살리고, 새로운 콘셉트와 장르에 대한 투자를 가감 없이 확대해 시청자가 참신한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JTBC는 구체적인 편성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동욱·이성경 주연의 ‘착한 사나이’, 서현진·장률이 캐스팅된 ‘러브 미’ 등의 평일 편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TBC에서는 지난해 11월 종영한 수요 드라마 ‘조립식 가족’ 이후로 평일 드라마가 사라졌다.
평일 드라마 편성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시청률 성적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KBS는 지난해 8월 월화극을 폐지하는 대신 수목극을 부활시켰다. 올해 방송한 수목극 ‘빌런의 나라’와 ‘킥킥킥킥’은 각각 1%대, 0%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KBS가 적은 제작비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겠다며 야심 차게 시트콤 장르를 내세웠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tvN 월화극의 경우에도 지난 6일 방송된 ‘이혼보험’ 최종회 시청률이 1.1%에 그쳤다. 손해보험 회사에서 이혼보험을 판매한다는 독특한 소재와 이동욱·이주빈 등 배우들의 앙상블이 방송 초반 호평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마무리다. 후속작으로는 지난 12일 ‘금주를 부탁해’가 첫 방송에 들어갔다. 상식적인 애주가라 자평하던 10년차 정비사 금주(최수영)가 술을 증오하는 첫사랑 의준(공명)과 재회하며 인생 첫 금주에 도전하는 로맨스 드라마다.
평일 드라마 시청층이 회복되지 않은 만큼 방송사들은 OTT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드라마는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국내외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 쉽고, 한류의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려는 수요도 꾸준한 만큼 최근에는 제작 단계부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익 창출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많다.
제작사인 FNC스토리에 따르면 SBS 화수 드라마 ‘사계의 봄’은 세계 187개국에 선판매됐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를 통해 미주, 유럽,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인도 등에서 공개됐고 넷플릭스에서도 대만, 홍콩, 마카오를 비롯해 동남아 11개국의 시청자들을 만났다. 일본에서는 다음 달부터 OTT 레미노에서 독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처음 방송된 KBS 수목극 ‘24시 헬스클럽’도 초반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방송 2주차에 ‘디즈니플러스 한국 톱 10’ 1위, ‘웨이브 드라마 톱 20’ 2위에 오르는 등 OTT 플랫폼에서 화제성을 입증했다. ‘24시 헬스클럽’을 연출한 박준수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다양한 플랫폼 이용자들이 소구할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이 고육지책으로 평일 드라마를 폐지해가며 제작비를 줄이려고 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방송되는 두세 달 동안 확실한 고정 시청층을 끌고 갈 수 있는 드라마가 예능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다”며 “앞으로도 평일에는 신인 배우나 창작자들을 키울 수 있는 가벼운 느낌의 작품을 편성하는 식으로 드라마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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