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30·40대 민심 풍향계 촉각…“민생경제 공약 보겠다”
정치 염증 감지…곳곳에서 “여야 후보 놓고 고민하고 있다”
6·3 조기 대선의 최대 승부처 가운데 하나인 경기지역은 1300만 인구가 밀집한 격전지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간발의 차로 앞서며 역전승했다. 여야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에선 이재명·김동연(이상 민주당)·김문수(국민의힘) 3명의 전·현직 도지사가 출마해 관심을 끌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군마다 정치 풍향계가 다양한 경기지역에선 중산층과 30·40대 민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중산층 밀집지인 수원시 광교 신도시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났다.

이날 도청 앞 광교중앙역 거리에서 만난 30대 공무원 최모씨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주지 않았다. 최씨는 “친구들과 만나도 정치 얘기는 서로 하지 않는 게 예의가 됐다”며 “지역·이념으로 나뉜 지지 후보에 식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계엄·탄핵사태로 다들 골머리를 앓았다”며 “정치적 안정을 가져올 후보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등교하던 대학생 강모(22)양은 “주변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이재명은 너무 과격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고민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분위기도 썩 맘에 들진 않는다”면서 “계엄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온 태도에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도청 앞 상가는 점심시간에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로 붐볐다. 대형 상가인 아비뉴프랑의 한 식당에서 마주한 주부 박모(53)씨는 “국민의힘이 열세에 놓인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층이 결집하면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동안 찍었던 당과 후보에 얽매이지 않고 어느 후보가 능력이 있고 깨끗한지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상점 주인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으나 한 30대 업주는 “지금은 경제를 일으켜 다 같이 잘 살아야 하기에 민생경제 회복 공약을 보고 선택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성남시는 보수와 진보가 어우러진 대표적 격전지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자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한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가 있다. 원도심은 주민자치운동의 오랜 역사를 지닌 진보 텃밭이지만 분당·판교신도시로 상징되는 신도심은 국민의힘이 2개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모두 가져갈 만큼 보수색이 강하다.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만난 직장인들 사이에선 정치에 대한 염증이 감지됐다. 판교역 거리의 빌딩가에서 마주한 이들 대다수가 정치 무용론이나 회의론을 드러냈다. 한 30대 직장인은 “안철수 후보가 그나마 낫다고 봤는데 경선에서 떨어져 지지 후보가 없다”며 “허무맹랑하고 속이 빈 공약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도 “그나마 이준석(개혁신당) 후보가 젊고 신선해 보인다”면서도 “대선 후보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고민된다”고 했다.
인근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에서 만난 주부 강모(43)씨는 “요즘은 눈치가 보여 어디 가서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씨는 “도지사 출신인 김문수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도심에 인접한 시청 앞 식당가에서 식사하던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그래도 계엄 옹호세력을 찍을 순 없지 않느냐”며 “이곳 시장·도지사 출신인 이재명 후보의 공약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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