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한반도의 대표 ‘분지 지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인식한 것은 불과 100년도 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분지로 알려진 것은 다무라 가즈히사가 1933년 집필한 ‘조선 향토지리의 실례:대구편’에서 ‘대구 분지는 조선 남부 영남의 핵심으로 낙동강 중류로 흘러 들어가는 금호강과 그 지류인 신천(대구천)에 걸친 분지’라고 기술하면서부터다.

대구시는 조선 후기 대구부 운영을 알 수 있는 사료 ‘대구부사례’(310쪽)와 근대 지리학의 관점에서 대구를 최초로 연구한 ‘조선 향토지리의 실례 : 대구편‘(369쪽)의 번역본을 대구사료총서 3·4권으로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대구부사례’는 대구부에 부임하는 부사나 부서 실무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대구부의 관청별 재정 수입과 지출 현황을 비롯해 중앙정부에 납입하는 재원의 현황을 항목별로 정리해 기록한 것이다. 조선 후기 대구부 운영에 필요한 재정 조달 방법과 중앙 정부에 납입하는 재원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상품인 당시 약령시의 약재 가격과 부채(절선)의 제작 비용 등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도 주요한 자료다.
‘조선 향토지리의 실례:대구편’은 처음으로 근대 서구 지리학의 관점에서 대구의 지형과 기후, 산업 등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저자인 다무라 가즈히사는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재 경북여고) 교사로 책에는 1930년대 조선이 식민지가 된 지 한 세대가 지나 조선에 이주한 일본인들이 조선을 자신들의 ‘향토’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대적 배경이 반영돼 있다. 특히 대구의 지형을 처음 ‘분지’로 정의한 연구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후 지금까지 대구의 지형을 ‘분지’ 지형으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대구부사례’는 정병호 경북대 교수(한문학과)가 번역하고 인덕선 영남문헌연구원장이 윤문했다. ‘조선 향토지리의 실례:대구편’은 최범순 영남대학교 교수(일어일문학과)와 김명수 계명대 교수(일본어일본학과)가 공동번역하고, 정인성 영남대 교수(문화인류학)가 감수했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과거 대구의 상황을 알 수 있는 한문·일본어 고서들을 매년 꾸준히 번역해 왔다. 지난해부터 이런 결과물을 대구사료총서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다. 대구사료총서는 대구 시내 공립도서관에 배부됐다. 시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열람할 수 있다.
이재성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대구사료총서는 한문이나 일본어 등 언어 문제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대구 지역사 연구의 기초 사료를 번역해 연구자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작업”이라며 “여러 관점에서 대구 지역사를 연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책을 번역 출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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