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쯤이면 26년 전, 1999년의 향기가 난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 1999년이었던 한화가 그해에 달성했던 파죽의 10연승 고지를 26년 만에 점령했다. 이는 곧 21세기 들어 첫 10연승이란 얘기다. 2025년 봄의 한화는 그야말로 무적이다.
한화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과의 원정 경기에서 7-5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달 26일 대전 KT전부터 이어져 온 연승 행진을 ‘10’으로 늘렸다. 한화의 10연승은 1999년 9월24일 현대전부터 10월5일 삼성전까지 내리 이긴 이후 무려 26년 만의 일이다. 날짜로 따지면 9348일 만이다. 10연승을 통해 한화는 시즌 성적 25승13패, 승률 0.658로 2위 LG(23승14패, 승률 0.622)와의 격차를 1.5경기로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근 20경기를 놓고 보면 그야말로 한화는 패배를 잊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부산 롯데전까지 8연승을 달렸던 한화는 이후 2연패에 빠졌지만, 다시 10연승을 내달렸다. 최근 20경기 성적은 무려 18승2패, 승률이 90%에 달한다.

한화는 올 시즌 거둔 25승 가운데 16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하고 있다. 이날도 역전승이었다.
이날 한화는 연승을 이어가는 데 최대 고비였다. 이유는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화 선발진의 유일한 ‘옥에 티’인 엄상백이 등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KT에서 FA 자격을 얻은 엄상백을 78억원의 거액을 들여 영입했지만, 엄상백은 이날 경기 전까지 1승3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부진에 빠져있었다. 코디 폰세(6승 1.70), 와이스(5승1패 3.91), 류현진(4승1패 2.91), 문동주(4승1패 3.03)로 이어지는 4선발까지는 최강이지만, 엄상백은 몸값에 걸맞지 않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엄상백에겐 반전이 없었다. 1회부터 키움의 선두타자인 송성문에게 초구 홈런을 허용하는 등 4회 2사까지 개인 한 경기 최다인 홈런 4개를 허용했다. 홈런 4개가 모두 솔로포였기에 그나마 1-4로 점수 차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리그 역전승 1위이자 파죽의 9연승을 달리는 한화의 저력은 대단했다. 5회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솔로포로 추격을 시작한 한화는 7회 무사 1,3루에서 터진 황영묵의 내야 안타와 문현빈의 희생플라이로 단숨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9회 2사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문현빈이 4-4 균형을 깨는 결승 솔로포를 터뜨렸고, 채은성과 이상혁의 연속 적시타까지 터지며 7-4까지 점수를 벌렸다.
3점차 상황에서 세이브를 위해 올라온 마무리 김서현이 이주형에게 솔로포를 맞긴 했지만, 승리를 지키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김서현이 이날 맞은 홈런은 올 시즌 첫 피홈런이자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피홈런이었다.



이제 한화의 목표는 14연승이다. 팀명을 한화로 했을 때 거둔 연승은 10연승이 최다지만, 이전 ‘빙그레’ 시절로 거슬로 올라가면 1992년의 14연승이 팀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이다. 당시 빙그레는 장종훈, 이정훈, 이강돈 등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1992년 5월12일 대구 삼성전부터 26일 부산 롯데전까지 14경기에서 내리 승리했다.
김 감독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도 ‘연승’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잘 역전해줘 승리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화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키움전 선발로 에이스 코디 폰세를 예고했다. 폰세가 등판하는 만큼 11연승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키움은 김선기가 선발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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