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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개혁 분열된 가톨릭…‘중도파’ 교황 선출로 화합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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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9 09:32:23 수정 : 2025-05-09 09: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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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의 변화를 추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으로 중도파로 평가받는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가 선출되면서 교회 분열을 다잡고 화합을 이룰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콘클라베 투표 4차례 만에 선출된 레오 14세는 조용하고 신중하며 온건한 스타일로 동료 추기경들의 마음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레오 14세(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UPI연합뉴스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간의 재임 동안 이민자와 빈곤층을 보듬은 것은 물론, 동성 커플 축복 허용, 교황청 고위직 여성 임명,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 평신도 참여 허용, 기혼 사제 제한적 허용 등 교회 내 금기들을 깨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개혁 성향은 교회 내 분열을 초래했다. 교회의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 눈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은 주교와 추기경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약화했고, 이런 불만은 콘클라베 전 열린 추기경들의 사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여러 이념 진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적 의제를 이어갈 교황과 보수적 교리의 길로 돌아갈 교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균형잡힌 중도파’가 대안으로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슷한 목자의 길을 걸었고, 기본적으로 개혁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페루의 빈민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목 활동을 하며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똑 닮은 부분이다. 그를 페루 치클라요교구장으로 보낸 것도, 라틴아메리카 교황청 위원회 위원장과 교황청 주교부 장관 자리를 맡긴 것도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2022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표적인 교회 개혁 작업을 도왔다.

 

캐슬린 스패로스 커밍스 노트르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 그대로다”라며 “사목적 열정, 경영 경험, 글로벌 비전까지 교황의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평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빈부 격차 등 사회 문제에 대해 교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레오 14세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에서 평신도들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시작한 협의 과정을 레오 14세가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크리스틴 앨런 가톨릭해외개발기구 소장은 텔레그래프에 “레오 14세는 글로벌 공동체에 영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중대한 일을 계속하면서 분열된 세상에서 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故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그러면서도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보다는 중도적이고 신중한 스타일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보수파와 충돌한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레오 14세가 이끌었던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미셸 팔콘 신부는 NYT에 “품위 있는 중도파”라며 “무엇이든 과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뒤를 이어 수도회를 이끄는 모랄 안톤 신부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각나는 것을 즉시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레오 14세는 “좀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 성직자 문제에 대해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는가”라고 했지만, 레오 14세는 성소수자에 덜 환영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2012년 주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동성애와 대안가족을 언급하며 “서구 언론과 대중문화가 복음에 어긋나는 믿음과 행동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치클라요 주교 시절에는 학교에 젠더 교육을 추가하려는 정부 계획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가 사목활동을 한 페루와 미국에서 사제 성추문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적도 있다.

 

무엇보다 레오 14세는 보수파와 개혁파 중 한쪽 편에 서기보다 중재역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레오 14세가 침착하고 현실적인 스타일로 여러 분파 사이에서 중재에 능하기로 교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첫인사를 하며 “대화와 만남을 통해 언제나 평화롭게 하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리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또 모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레오 14세가 교황이 되기 전 로버트 프레보스트라는 본명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게시물이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이 계정에는 최근 J D 밴스 미 부통령이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톨릭 교리를 해석한 방식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기사가 게재됐다.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이 불법체류자의 추방 정책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성경 속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언급한 것은 기독교 교리를 견강부회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오 14세와의 만남을 기대한다면서 미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은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 후보군 중 다크호스”라면서도 “불행히도 그는 가장 진보적인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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