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부터 누적액 360만원
전북 전주시 한 행정복지센터에는 매달 한 번씩 조용히 나타나 봉투 하나를 건네고 홀연히 떠나는 중년 남성이 있다. 봉투 속에는 저소득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대한 소중한 메시지와 희망이 담겼다.
7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쯤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인후3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 동네복지팀 이웃돕기 담당 직원에게 말없이 건넨 뒤 홀연히 발길을 돌렸다. 봉투에는 1만원권 지폐 33장이 곱게 담겨 있었다.
익명의 소액기부는 벌써 11번째다. 지난해 6월17일 처음 나타난 중년 남성은 “좋은 일에 써달라”는 짧은 말과 함께 30만원이 든 봉투를 맡겼다. 봉투 안에는 짧은 메시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관내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그 후 그는 매달 한 차례씩 이곳을 찾아 30만∼38만원을 빠짐없이 기부해 왔다. 평범한 일상복 차림의 그는 지역 주민으로 추정되지만,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다. 다만 매번 조용히 와서 봉투만 건넨 뒤 목례만 남기고 떠나는 모습만 직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행정센터 측은 “기부자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의 누적 기부액은 이번까지 360만원에 달한다. 센터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새 학기를 앞둔 지난 2월 총 7가정에 30만원씩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센터 관계자는 “쉽지 않은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에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며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지역에 큰 사랑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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