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닮은꼴 문화·흥행 검증… J팬 사로잡은 K드라마

입력 : 2025-05-06 21:58:28 수정 : 2025-05-06 21:58:2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일본 방송가, 앞다퉈 리메이크

‘수상한 파트너’ ‘괴물’ 등 제작돼 편성
로맨스 기반 다양한 장르 녹인 서사
日시청자 취향과도 맞아 현지화 유리

각색 수준 넘어 공동제작 나서기도
‘내 남편과…’ 일본판, 안길호 메가폰
“세계서 역량 검증… 日과 협업 봇물”

한국 드라마가 잇따라 일본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일본이 전략적으로 K드라마 리메이크 붐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단순히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형태였지만, 현지 제작사와 리메이크 작품을 공동 제작하는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6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한국 드라마의 일본 리메이크판 편성 확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SBS ‘수상한 파트너’

일본 지상파 MBS(마이니치방송)와 TBS는 지난달 29일부터 ‘수상한 파트너’의 일본 리메이크 버전을 방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달 14일 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2017년 SBS에서 방영한 ‘수상한 파트너’는 카리스마 있는 검사와 무한 긍정의 아웃사이더 사법연수원생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함께 해결하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배우 지창욱과 남지현의 설레는 로맨스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가 조화를 이루며 방영 당시 ‘수트너 폐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인기를 끌었다.

SBS ‘수상한 파트너’

지난해 방영해 큰 인기를 얻었던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일본판은 다음 달 공개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소설이 원작이다.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주인공이 살아 돌아와 복수를 하는 내용으로 화제가 됐다. 방영 당시 역대 tvN 월화드라마 평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일본판은 총 10부작으로, 다음 달 27일 프라임비디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신하균과 여진구 주연의 드라마 ‘괴물’도 일본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콘텐츠 제작사 SLL에 따르면 ‘괴물’의 리메이크 버전은 일본 위성방송 채널 와우와우(WOWWOW)에서 7월 처음 방송된다. 2021년 JTBC에서 방송된 ‘괴물’은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법과 원칙을 부숴버린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탄탄한 심리 추적 스릴러로 호평받으며 그 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일본 방송사 측이 먼저 리메이크 제작을 제안했고, 배우 야스다 겐과 미즈카미 고시 등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JTBC 괴물(왼쪽부터), 일본판 괴물

한국 드라마의 일본 리메이크 소식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일본판이 일본 지상파 방송사 TV 아사히에서 방영됐고, 2023년에는 TV 도쿄가 SBS 드라마 ‘하이에나’의 리메이크 버전을 선보였다. 일본 입장에선 서구권에 비해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 한국 드라마가 현지화 작업에 유리하다. 일본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로맨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범죄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으로 스토리와 작품성이 검증된 만큼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일본 방송사가 한국 드라마를 즐겨 찾는 이유다.

최근에는 판권 계약 이후 단순히 드라마를 현지 스타일에 맞게 각색하는 정도를 넘어 공동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은 CJ ENM JAPAN과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을 맡아 K드라마 제작진과 일본 배우가 결합한 형태다. 일본에서 떠오르는 스타인 고시바 후우카가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가운데 연출은 ‘더 글로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비밀의 숲’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담당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손자영 PD와 CJ ENM 글로벌콘텐츠제작팀 이상화 PD가 일본판의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CJ ENM 관계자는 “K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제작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현지에 있는 제작사, 플랫폼 등 파트너사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개발 중”이라며 “이번 한·일 공동 프로젝트로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사 SLL은 지난해 5월 TV 아사히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SKY 캐슬’ 일본판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TV 아사히와 드라마 ‘마물’을 공동 제작했다. ‘마물’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여성 변호사가 살인 사건 용의자인 유부남을 만나 금단의 사랑에 빠지는 이른바 ‘러브 스릴러’로, 인간의 사랑과 욕망, 질투와 용서 등의 심리가 정교하게 얽힌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신은영 작가의 원안 ‘손길’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넷플릭스 ‘크레이지 크루즈’를 제작한 다키 유스케와 ‘간을 빼앗긴 아내’, ‘내려 쌓여라, 고독한 죽음이여’ 등을 연출한 니노미야 다카시가 감독을 맡았다. 또 ‘옥씨부인전’의 진혁 PD와 최보윤 PD가 연출에 가세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과 일본은 서로 꾸준히 양국 문화를 경험하며 문화 교류에 대한 장벽이 낮아져 있다”며 “OTT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일본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글로벌 프로젝트로 문화 융합을 이뤄내면 더 넒은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