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연구예산 대폭 삭감 등이 과학자들 떠나는 원인
“유럽을 선택하세요!(Choose Europe)”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떠나려는 과학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열린 유럽과학콘퍼런스 연설을 통해 ‘유럽을 선택하세요’로 명명한 과학연구 종합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25∼2027년 연구자들을 위한 5억 유로(약 8000억원) 상당의 새로운 패키지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학 자금 지원기관인 EU 유럽연구이사회(ERC)에 ‘슈퍼 그랜트’라는 명칭의 7년짜리 새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 연구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으로 이주한 연구자에게 지급 중인 기존 보조금 규모도 2027년까지 더 늘릴 예정이다. 차세대 과학자 육성을 위해 경력이 짧은 연구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을 선택하는 이들은 더 높은 수당과 보다 긴 계약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EU 회원국과 함께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부문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과학연구계 혁신과 사업 기회 확장을 촉진하고 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EU혁신법, 스타트업 육성 전략 도입 등을 비롯해 유럽행이 ‘더 쉽고 매력적’이 될 수 있도록 입국·체류 절차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과학자들이 미국을 떠나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구예산 대폭 삭감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진 않으면서도 “기초적이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연구에 대한 투자에 도전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엄청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에는 국적도, 성별도, 인종도, 정치 성향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다양성은 인류의 자산이자 과학의 생명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 전역에서 이뤄지는 과학연구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유럽 연구 지역 법’(European Research Area Act)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로운 과학과 혁신에 그렇게 많이 의존한 경제 모델을 가진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떤 정부든 무엇 무엇은 연구하면 안 된다고 명령하는 것은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는 EU 집행위, 회원국 당국자 외에 영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EU 비회원국 대표, 학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