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5455개… 서울 상가 업종 중 25번째로 많아
1위 부동산… 백반·한정식, 카페, 경영컨설팅업 순
“은퇴하고 할 것 없으면 치킨집이라도 차려야지.”
직장인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하지만 ‘할 것 없어 치킨집’한다는 생각으로 성공하긴 쉽지 않다. 치킨집은 그야말로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계의 ‘레드오션’으로 여겨진다. 워낙 눈에 잘 띄는 데다가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영업 단일 업종으로 서울에 치킨집이 가장 많을 것이란 근거 없는 추측도 나온다.

3일 세계일보가 올해 3월 기준으로 작성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서울 상가(상권) 정보에 등록 54만517개의 상가 업종 소분류 항목을 전수 분석한 결과, 서울에 가장 많은 상가는 치킨집이 아닌 부동산이었다.
서울의 ‘부동산’은 2만5000개로 서울 전체 상가 중 4.63%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2위 ‘백반/한정식’(2만444개, 4.52%) △3위 ‘카페’(2만2945개, 4.25%) △4위 ‘경영 컨설팅업’(2만1113개, 3.91%) △5위 ‘미용실’(1만9207개, 3.55%)이었다.
이어 △6위 ‘입시·교과학원’(1만5901개, 2.94%) △7위 ‘광고 대행업’(1만3306개, 2.46%) △8위 ‘요리 주점’(1만1648개, 2.15%) △9위 ‘기타 의류 소매업’(1만415개, 1.93%) △10위 ‘편의점’(9882개)이 뒤를 이었다.

의외로 치킨집은 20위 안에 들지 못하고, 25위(5455개, 1.01%)에 자리했다.
분류된 업종은 모두 247개로 이 중 상위 10개 업종이 전체 상가의 약 32%를 차지했고, 서비스업, 식음료업, 교육 및 부동산 중심의 상권 구조가 두드러졌다.
이는 서울의 부동산 수요가 여전히 많고, 거래도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교육 열기도 확인된다.
먹는데 진심인 한국인의 성향도 드러난다. ‘백반/한정식’, ‘카페’, ‘요리주점’ 외에도 ‘돼지고기 구이/찜’(11위·8332개), ‘김밥/만두/분식’(12위·8163개), ‘빵/도넛’(19위·5951개), ‘경양식’(20위·5639개)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상위 20위 업종까지 보면 전체의 약 48.6%를 차지해 업종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수요도 많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하위 10개 업종은 쇠퇴하고 있는 자영업, 또는 지리적 여건상 서울에 들어서기 어려운 업종을 보여준다.
순위가 낮은 업종으로는 △247위 ‘캠핑/글램핑’(14개) △246위 ‘얼음 소매업’(23개) △246위 ‘비디오방’(24개) △244위 ‘낚시터 운영업’(28개) △243위 ‘음반/비디오물 대여업’(29개) △242위 ‘수상/해양 레저업’(30개) △241위 ‘기타 회계 관련 서비스업’(31개) △239위 ‘아이스크림 할인점’(36개) △238위 ‘분류 안 된 외국식 음식점’(40개) △237위 ‘화장터/묘지/납골당’(52개) △236위 ‘가축 사료 소매업’(56개) △235위 ‘기타 법무관련 서비스업’(63개) △234위 ‘청소년 수련시설’(66개) △233위 ‘우유 소매업’(70개)이 들어갔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너무 적어 의아할 수 있는데, 별도로 ‘아이스크림/빙수’(163위·520개) 업종이 있다.
한때 비디오방은 열풍처럼 번져나갔지만, IPTV에 이어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까지 등장하며 설 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얼음 가게는 1980년대만 해도 서울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냉장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사양 업종이 됐다.
서울에 ‘중국집’은 4610개(31위), ‘PC방’은 1118개(114위), ‘셀프 빨래방’은 81개(133위), ‘마라탕/훠궈’ 식당은 782개(138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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