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경험은 삶에서 가장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가 겪는 고통은 함부로 헤아릴 수도, 말로 다 설명할 수도 없다. 배우 박원숙은 20여 년 전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낸 후 생전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그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는 다행스러운 근황이 전해졌다.
박원숙이 최근 손녀에게 집을 선물했다고 밝히며 후련한 마음을 드러냈다.
21일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이하 ‘같이 삽시다’)에서 박원숙은 “요즘은 감사한 마음이 98%”라며 “행복하다고 얘기하는 게 사치스러울 정도로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원숙은 “나는 요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 뭐냐면, 나중에 내가 죽으면 얼마라도 남은 게 손녀한테 가겠지만 (최근에) 집을 해줬다”며 “아들한테 못 해줬던 걸 해주니까 너무 좋았다. 이 세상에 태어나 숙제를 다 한 것 같았다. 내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배우 홍진희가 “사람이 말년이 좋아야 하는데 언니가 말년이 좋은 것”이라고 거들자 박원숙은 “이제 좀 살만한데 벌써 말년이다. (언젠가 나도)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걸 인식하니까 여러 가지 나의 한계를 알게 되고 마무리하는 거 같다. 단순하게 살게 된다”고 달라진 인생관을 밝혔다.
박원숙은 ‘같이 삽시다’를 통해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한 마음을 여러 차례 전했다.
재작년 3월 방송에서는 박원숙이 관계 상담 전문가 손경이와 만나 아들의 죽음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꺼내놨다. 박원숙은 “아들을 사고로 잃고 나서 심리 치료를 받아보라고 해서 한 번 가고 안 갔다”며 “들춰내고 싶지 않아 꾹꾹 눌러 담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어떤 남자한테 전화가 왔다. ‘누구세요?’ 하니까 ‘저는 선생님한테 맞아야 될 사람입니다’ 하면서 울기만 하더라. 다시 전화하겠다고 해서 전화를 끊었는데, 아들 사고와 연관이 있는 운전기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어떤 처벌도 바라지 않았다. 지금에서라도 나에게 용서를 받고 싶었나 생각했다. 그저 편하게 지내길 바란다”면서도 “아들은 조금 먼저 갔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치유됐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박원숙은 “내가 울려고 해도 울 곳이 없었다. 매일을 주차장에서 울었다”며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아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다녔던 것 같다. 최선을 다한 엄마도 가슴 너무 아플 거 같은데, 나는 너무 빵점짜리 엄마라..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니 미안하다는 말로 다 못할 만큼 너무 미안하다”고 고통스럽게 오열했다.
박원숙은 2003년 11월 하나뿐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사고 당시 아들의 나이는 35세였다. 이후 며느리의 재혼으로 초등학생이던 손녀와도 연락이 끊겼으나, 손녀가 고등학생이 된 후 다시 연락이 닿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방송에서는 어느덧 26살이 된 박원숙의 손녀가 할머니를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박원숙은 손녀가 도착하자 뜨거운 포옹으로 환영했고, 손녀는 “친구들이 할머니를 닮았다고 한다”며 살가운 말을 건넸다. 박원숙은 “고마워. 그냥 잘 커 줘서 고마워”라며 아들이 세상에 남겨준 손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손녀와 함께한 이날과 같은 상황을 꿈도 못 꿨었다는 박원숙은 “아들한테는 일부러 너무 안 해줬다. 그러다 갑자기 떠나고 나니까 너무 후회됐다. 손녀 만나고는 내 아들에게 못 해준 거 손녀한테 다 해주는 거다. 원풀이한다. 해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박원숙은 손녀를 향해 “할머니 생각해서 큰마음 먹고 여기까지 와서 울컥했고, 만감이 교차했다. 슬픈 게 아니라 과거에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현실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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