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A씨는 동료들과 술자리 중 자리에 없는 상관들을 가리켜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험담했다. 사적 자리에서 이 발언은 명예훼손이 성립될까.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맞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3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부사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상관명예훼손은 주체 및 가해자가 군인인 경우와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상관인 경우에 적용한다. 군형법상 규정으로 제64조(상관 모욕 등)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돼 있다.
A씨는 2022년 같은 부대 부사관 2명과 술을 마시며 상관 2명을 지칭해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불륜 관계라고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A씨 측은 세 사람만 있는 술자리에서 나온 말로, 다수가 알 수 없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자신의 발언이 허위임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담당한 군사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했지만 2심 판결도 같았다. 법원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전 취지에 비춰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는 경우 명예훼손죄의 사실적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남녀가 불륜 관계에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쉬운 내용인 데다가, 특히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피해자들의 불륜 관계의 경우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 등에 비추어 부대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했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며 “A씨 발언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고, A씨에게 그런 전파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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