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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쌓여 가는 쌀 재고, 감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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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4 22:51:05 수정 : 2025-04-14 22: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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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일본의 쌀값이 최근까지 계속되면서 그동안 일본 정부가 추진해 온 지속적인 감산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를 기회 삼아 올해 정부가 도입한 벼 재배면적 조정도 쌀값 폭등과 심각한 식량 위기를 자초할 수 있어 감축 목표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쌀값 급등은 감산 정책의 결과가 아니며,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는 쌀 수급 상황이 전혀 달라 일본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 쌀값은 우리 쌀 수급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얘기다.

우선 일본의 쌀 급등 원인은 약 14만t에 달하는 일시적 수요 증가와 유통에서 과당경쟁과 일본 정부의 늑장 대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다. 일시적 수요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쌀값과 현백률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2024년 상반기(1~7월) 쌀 소비자 가격은 2020년 대비 4% 올랐다. 반면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빵과 국수의 가격은 모두 20% 이상 올랐다. 자연 상대적으로 저렴한 쌀 소비가 증가했다. 실제 2024년 2인 이상 가구의 쌀 구매량은 전년 대비 2%(1.4kg)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물론 지진 우려에 의한 수요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에 따른 쌀 소비 증가는 6만~7만t으로 추산된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외국인 방문객 수도 2024년에 전년 대비 약 1200만명 늘었다. 이것도 크지는 않지만 쌀 수요 증가에 영향을 주었다(5000~1만t). 이보다 중요한 것은 현백률의 저하다. 현백률이란 현미를 도정(왕겨 등을 제거)해 흰쌀이 나오는 비율로 통상 92%가 적용된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현백률이 떨어졌다. 현백률 1% 차이는 6만~7만t에 해당하며 그만큼 현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가을 쌀 품귀를 경험한 소규모 쌀 유통업체가 수확기 과당경쟁으로 쌀을 매입하는 바람에 기존 대형유통업체의 쌀 유통물량이 20여만t 줄었다. 그만큼 쌀 유통이 전체적으로 원활하지 못했고 이것이 수확기 이후 쌀값이 떨어지지 않는 원인이 됐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2025년 3월 들어서야 비축미 매각을 결정해 2월까지 쌀값 상승세를 두고 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국내 생산만 해도 국내 식용 수요를 초과해 지난 20년간 재고가 쌓여 왔다. 우리나라는 만성적 과잉 공급구조에서 정부의 막대한 재정을 수반하는 시장격리를 통해 어렵사리 가격을 방어해 온 것이다. 그 사이 산지 쌀값의 변동 폭은 확대되고 쌀 농가의 경영은 더욱 불안해졌으며, 잦은 역계절 진폭 발생으로 쌀 유통업체는 고사 직전에 와 있다.

수요 또한 우리의 쌀 소비 감소는 일본보다 훨씬 빠르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결국 대폭의 감산이 없으면 우리 쌀 농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올해 벼 재배 의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3만5000㏊가 감축된 66만3000㏊ 벼 재배가 예측된다. 더 많은 쌀 농가의 감축 결단과 참여를 통해 우리 쌀 산업이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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