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위태, 국내 증시·환율 요동
거국협의체 구성·초당적 협력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변덕’이 끝없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12일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상호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아이폰 등 정보기술(IT)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자국 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자 반발도 거세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도 한숨 돌렸다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트럼프는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는데 “그 답을 14일 주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정책 탓에 미 금융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지난 3일 관세전쟁 선포 후 10년짜리 미 국채값은 투매 물량까지 쏟아지며 무려 9%나 하락(금리상승)했다. 뉴욕 증시도 7% 급락했고 달러가치(6개 통화대비 달러인덱스)도 3% 빠졌다. 주식과 채권, 환율이 한꺼번에 빠지는 건 유례가 드문데 관세 충격과 공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말이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마저 위태롭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관세가 역사상 최고의 자해”, “미국이 문제 있는 신흥국 취급을 받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코스피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2400선으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도 춤을 춘다. 주요 투자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월 말 1.55%에서 1.35%로 떨어졌고 0%대 성장(JP모건 0.7%)도 나온다.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아예 수출거래가 중단된 중소업체가 속출하고 대기업들조차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날로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 경제·금융안정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정부는 외환보유액과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을 점검하며 위기대응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대미 관세협상에도 시나리오별 정교한 전략을 짜고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했지만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기업이 원팀으로 대응해도 위기극복이 쉽지 않다. 일본은 모든 정당이 ‘관세 국난’에 정쟁 중단을 선언했고, 독일도 관세 대응을 위해 좌우 연립 정부 출범에 합의했다. 하지만 우리는 초당적 협력은커녕 대통령 권한대행과 경제부총리가 탄핵 압박에 시달리는 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공세를 멈추고 관세 전쟁에 대응하는 거국협의체를 구성하고 추경 등 경제·민생대책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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