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富가 너무 한군데 몰려 있어”
사회갈등 근본원인 ‘경제 양극화’ 지목
‘기본사회·실용주의·잘사니즘’에 방점
민주주의·한류 부각 ‘K이니셔티브’ 제안
강한 리더십보단 “국민의 도구” 자처
‘2021년의 이재명’도 ‘2025년의 이재명’도 선택은 경제였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영상을 통해 밝힌 출마 선언에서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와 성장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의 위기를 ‘경제적 양극화’에서 찾은 이 대표는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에 방점을 찍었다. 2021년 7월 제20대 대선 출마 영상에서도, 그는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발표한 영상에서 현재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을 경제에서 찾았다. 그는 “대립, 갈등이 아주 크다. 그 원인은 뭐냐. 근본적인 것은 경제적인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총량으로는 과거보다는 더 많은 걸 가지고 있게 되었는데, 개별적으로 보면 그게 너무 한군데 몰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는 해결책으로 ‘경제성장’과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의 불균형, 민간 주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본사회’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그는 기본사회에 대한 실현 가능성 문제와 중도표심 이탈 우려에 언급을 자제해 왔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기본사회를 다시 꺼내 들었고, 이번 출마 영상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기본사회 기조를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제시한 해결책을 실현할 방법으로 ‘실용주의’를 꼽았다. 실용주의 역시 그의 대표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그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를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또 “모든 일이 다 중요하니 작고 쉽고 간단해 보이는 일을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큰일은 큰일대로 고심한다”며 본인이 가진 특유의 ‘신속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자신이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K이니셔티브(Initiative)’로 제시했다. K이니셔티브는 한국을 뜻하는 알파벳 K에 혁신을 뜻하는 이니셔티브를 더한 말이다. ‘K컬처’로 불리는 한류와 두 번의 탄핵 국면을 거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거둔 성과들을 합해 소프트파워를 키우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지속해서 강조해온 ‘문화강국’과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함께 담은 것으로 국민과 함께 나아가겠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출마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영상을 택했다.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세 과시를 자제하고 ‘준비된 대선 후보’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상은 현장 연설과 달리 정제된 표정과 발언으로 전달하고 싶은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출마 영상은 넥타이를 하지 않고 옅은 색 니트를 걸친 편안한 복장을 한 이 전 대표가 의자에 앉아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면서 강한 주장보다는 현 사회의 문제와 해결방법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여유롭고 준비된 모습을 연출했다. 스튜디오에서 넥타이를 매고 진지한 표정을 했고, 대화보다는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내레이션이 대부분이었던 지난 대선 출마 영상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2021년에는 경기도지사로서 변방에서 중앙으로 도전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여의도 주류로 자리 잡은 이 전 대표의 위치가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이 전 대표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언급이 적은 것도 눈길을 끈다. 2021년 영상에선 ‘흙수저’처럼 자신이 가진 정체성과 ‘공약이행률’ 등 능력을 위기 극복과 연관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한 리더십’보다는 ‘국민의 훌륭한 도구’임을 자처했다. 본인의 이미지에 대한 중도층 거부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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