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백인의 지위를 두고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교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백인 아프리카인’을 위한 난민센터를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건설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남아공 정부 내에서는 “미친 짓”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션 사우스 아프리카’라는 프로젝트에 따라 프리토리아에 백인 아프리카인 난민을 위한 임시 주거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난민 요청 8200건을 접수했고, 망명을 받을 수 있는 100명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세기 네덜란드 정착민에 뿌리를 두는 백인 아프리카인은 2차 대전 이후 유색인종 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을 펼친 백인 민족주의 정부를 이끌었다. 현재는 남아공 인구의 5% 미만을 구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남아공 출신인 최측근 일론 머스크는 30년전 아파르트헤이트가 붕괴한 이후 백인 아프리카인들이 억압받는 소수민족이 되었고, 지금은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런 인식이 백인 아프리카인의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연결된 것이다.
남아공 정부를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피킬레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트럼프 정부의 이런 계획에 대해 “남아공처럼 평화로운 나라에 난민 센터를 짓고 사람들이 집단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FT는 남아공 관계자를 인용해 “백인 아프리카인을 난민으로 미국에 데려가려는 미국 국무부 관리를 있고, 이런 계획에 매우 진지하다”고 전했다.
미국과 남아공의 갈등은 지난해 남아공 정부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국제사법재판소에 고소한 이후 높아졌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ANC가 국가가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에 따라 백인 아프리카인을 “매우 나쁘게 대했다”고 비난하면서 긴장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 해당 법률은 공공 목적 또는 공익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정당하고 공정한 보상을 약속하는 토지수용법으로 지난 1월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법은 아파르트헤이트 아래서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악폐를 시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남아공 정부의 설명이다. 남아공은 6200만 명의 인구 중 극소수인 백인이 개인 농장의 약 70%를 소유하고 있으며 흑인보다 평균 3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조사가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리나라(남아공)가 특정 인종이나 문화권의 사람들이 박해의 표적이 되는 곳이라는 완전히 거짓된 이야기”이라고 트럼프 정부를 겨냥했다.
미국의 난민정책에 대한 백인 아프리카인의 호응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소수가 트럼프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대부분은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을 이롭게 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남아공은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계획의 주요 파트너다. 중국은 2008년 미국을 제치고 남아공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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