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통장 잔액 1년 새 70% 이상 ↑
미국 연준 인플레 전망 등 영향에
강세장 진입 금값 추가 상승 기대
골드바 품귀 지속… 금 투자법 다양
소액 투자 땐 은행 금 통장이 적합
증권사 전용 계좌·ETF 등도 주목
트럼프발 관세전쟁 격화와 중동 정세 불안에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제 금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금 관련 상품에 돈을 밀어 넣으면서 골드뱅킹 잔액이 사상 첫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반면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예금은 ‘지금이 고점’이라는 인식에 한 달 새 잔액이 10%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금 통장’ 1년 새 70% 넘게 늘어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금 통장(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95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5604억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70% 넘게 급증했고, 작년 말(7822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21.9% 늘었다. 골드뱅킹 잔액이 1조원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란 관측이 나온다.
금 통장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금값이 이미 올랐는데도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국제 금값은 1트로이온스(약 31.1g)당 3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114.30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과 인플레이션 전망 등이 강세장에 진입한 금값을 더욱 밀어 올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타이 웡 금속 트레이더는 로이터통신에 “연준이 성명서와 경제 전망에서 엇갈린 신호를 보내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 가격이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면서 “금값이 3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강세장에 진입했으나, 인플레이션 우려와 자산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 통장과는 반대로 달러예금은 한때 몰렸던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는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달러예금 잔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때인 1월 말 635억달러에서 2월13일 기준 649억달러까지 반짝 급등했다가 2월 말 6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4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94억3557만달러로 집계됐다.
달러예금 감소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확산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세가 어느 정도 진정된 점이 일조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잠깐 1460원대에 들어선 것을 제외하면 1440∼14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달러예금 상당 부분은 차익 실현에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 ‘금’ 어떻게 사야 하나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금은방이나 은행에서 실물 골드바를 사는 방법이 있다.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지만, 골드바를 살 때 부가가치세(10%)와 거래 수수료(5%)를 내야 해 단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골드바 품귀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농협·하나은행만 골드바를 판매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8일,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각각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7일부터 LS MnM이 공급하는 10g과 100g짜리 골드바의 4월 입고 물량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1㎏짜리는 상시 판매 중이다. 농협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3.75g, 10g, 100g, 1㎏짜리 골드바와 삼성금거래소의 37.5g, 187.5g, 375g짜리 골드바를 각각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한국금거래소의 1㎏짜리 골드바만 팔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통장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금을 구매해 주는 금 통장이다. 0.0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소액 투자에 가장 적합하다. 금을 사고팔 때 수수료가 1%씩 붙고, 금을 팔아 현금으로 돌려받을 경우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는 점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통장’은 금 실물 인수 없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골드뱅킹 상품이다. 오후 5시 이후에도 100만원 이하까지 거래할 수 있다. KB국민카드 포인트를 금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골드투자’도 이와 비슷한 자유입출식 상품이다. 편리한 금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금값이 지정가 이하로 떨어지면 매입하고, 이상이면 일정량씩 자동으로 매도하는 ‘지정가반복매매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골드리슈골드테크’도 자유입출식 금 통장으로, 예약 매매 서비스를 통해 목표가격 달성 시 자동으로 매수·매도가 가능하다.
증권사에 금 거래 전용계좌를 개설하고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방법도 있다. 주식처럼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다. 증권사 거래수수료(매매금액의 0.3% 내외)만 부담하면 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가 면제되고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마지막으로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어 가장 편리하다. 골드뱅킹과 마찬가지로 15.4%의 배당소득세와 지방세가 부과되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투자하면 절세가 가능하다. 다만 골드뱅킹, KRX 현물 금 계좌와 달리 실물 인출은 불가능하다.
금 관련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 ‘KODEX 골드선물인버스(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 ‘TIGER 금은선물(H)’, 지난 11일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쏠(SOL) 골드커버드콜 액티브 ETF’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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