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원심에서 유죄를, 항소심에선 무죄를 받는 데는 사진 1장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바로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해외 출장 중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사망)과 찍은 단체 사진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2021년 12월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그 외 2명이 더 있는 사진을 올리고, 이 대표의 골프 모자에 볼 마커가 꽂혀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는 대선을 앞둔 시점으로 이 대표는 방송에 출연해 “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기억에 없다”, “출장은 갔지만 공무상 출장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를 놓고 검찰은 골프를 쳤다면 김 전 처장과 몰랐을 리 없으므로, 이 대표가 방송에서 허위사실공표를 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이 대표를 기소했다.
검찰은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표의 “시장 재직 시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과 “도지사가 된 뒤 재판 준비하며 김문기를 알게 됐다”고 한 것, 골프 의혹과 관련 “하위직원이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한 3개 발언을 허위사실공표 행위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원심은 이 3개 발언 중 골프 관련 발언을 유죄로 봤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사진의 원본은 해외출장을 간 공무원 10명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며 박 의원이 올린 사진은 이 중 4명만 크롭(자르기)한 것으로 이를 골프를 쳤다는 정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진 크롭을 ‘조작’으로 봤는데, 이미지를 변형한 조작이 아니라 맥락을 왜곡해 진실을 오도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진에 더해 이 대표의 발언 중 “골프”라는 단어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봤다.

검찰은 “기억이 안 난다”, “하위직원이었다”는 표현이 김 전 처장과의 교류, 즉 골프 사실을 숨기려는 부작위에 의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형법상 허위사실 공표는 명확한 사실 적시가 있어야 처벌 가능하다며, 애매한 표현에 대해 이 대표가 골프를 안 쳤다고 추론하는 건 과잉 해석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골프를 쳤냐 안 쳤냐를 따진 게 아니라, 검찰의 사진과 발언에 근거한 추론을 비약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거운동 중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표현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며, 이 대표의 발언 역시 다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법원은 이밖에 백현동 관련 이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법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했다”, “직무유기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 맥락상 주관적 의견에 가까우며 이를 사실 적시의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대표의 김 전 처장과 백현동 관련 모든 발언에 무죄 판단을 내리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