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1세… 65세 이상 33.7% 달해
불 나면 노후 물 펌프 메고 올라가
시급 최저수준… 노인 일자리 전락
“예산 적극 편성… 장비 확보 힘써야”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걸러줄 마스크도, 불에 타 떨어지는 나무를 막아줄 안전모도 없습니다.”
강원 춘천시에서 산불진화대원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모(66)씨는 24일 “그나마 있는 장비도 낡아 불을 끄러 갈 때마다 이것들이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번 대형 산불이 우리 관할지역에서 났으면 내가 희생자가 됐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60대인 산불진화대원 동료 2명과 춘천 4개 구역을 담당하고 있다. 산불이 나면 방화복과 방화 장갑, 안전화를 신고 15ℓ짜리 등짐 물 펌프를 둘러메고 산을 오른다. 이들 대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장비는 전혀 없다. 김씨는 “매번 시청에 안전 장비 확충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을 이유로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등짐 물 펌프도 10년이 다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산불진화대원의 사망이 고령인 탓도 있겠지만 낡은 장비가 위험을 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지급받는 안전화는 1~2년이면 닳아버린다. 그런데 보급은 3~4년 주기”라며 “일부 진화대원은 10년 된 방화복을 아직도 입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김씨가 소속된 산불진화대원들이 사용하는 창고에는 고장 난 등짐 물 펌프 2대가 방치된 채 나뒹굴고 있었다. 장비 노후화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있는 산불진화차량 140여대 가운데 30여대가 사용 가능 기한인 10년을 훌쩍 넘겼다.

진화대원들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2022년 기준 전국 지자체가 채용 중인 산불진화대원 9064명의 평균 나이는 61세였다. 65세 이상은 33.7%를 기록했다. 산림청이 2003년 도입한 산불진화대는 각 지자체가 연중 6~7개월 운용한다. 18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임금이 최저시급(일당 약 10만원) 수준이고 봄과 가을철 한때만 일하는 자리라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 국가적 재난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면 산불진화대원의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산불진화대는 공공근로나 노인 일자리와 같은 ‘일자리 사업’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며 “이들이 하는 일을 고려했을 때 선발규정에 취약계층 우대 등의 조건을 두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를 현실화하는 등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선발 규정과 교육체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동현 가천대 명예교수(소방방재학)는 장비 확충을 강조했다. 그는 “산불진화대원이 어깨에 둘러메고 가는 등짐 물 펌프로 불을 얼마나 끌 수 있겠나”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장비를 확보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산불은 조기발견이 중요한 만큼 위험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등 해외에서도 획기적인 산불 예방·진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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