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신용 강등’ 예비평정 결과 받아
재심 요청했지만 이틀 후 공식 통보받아
‘예상 밖 상황’에 회생신청 해명과 배치
후순위 CP·ABSTB 투자자 피해 우려
MBK·홈플 사기죄 등 법적 처벌될 수도
금감원, 신영증권·신평사 2곳 검사 착수
추후 타 증권사 등 검사 확대될 가능성
일각 “크레디트 영향 레고랜드 때와 달라”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초래했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이 제기돼 왔는데,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ABSTB 등의 인수 증권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관련 제기된 여러 의혹 및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월25일 오후 4시쯤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다음 날인 26일 오전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2월27일 오후 늦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했다는 최종 신용평가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홈플러스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몰랐다고 한 사실과 전면 배치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앞서 2월28일 신용평가사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홈플러스는 이에 대해 ‘예상 밖의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이달 4일 서울회생법원에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해 왔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업계에서는 처벌 가능성이 제기된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약 2000억원, 카드대금 기초 ABSTB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에도 자금조달을 위해 카드사에 납부할 이용대금채권을 기초로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는데 이날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통보받은 날이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일반 투자자에게 단기채권을 팔아 손해를 입혔다면 사기죄 등으로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유동화증권 발행 결정은 지난달 24일 이미 완료됐으며 25일 오후 신용평가 예비평정 결과를 통보받기 전 발행이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실제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인 신영증권은 해당 사안으로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검사 착수 전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검사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감독기관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검사가 추후 채권을 판매한 다른 증권사와 MBK 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사태가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레고랜드 사태) 때와 달리 크레디트(신용채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건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은 취약업종 내 비우량 등급 회사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기관투자자의 경우에는 매수가능등급도 아니어서 크레디트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한편, 홈플러스와 10여개 납품사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납품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식품기업 등 납품사들은 홈플러스가 다른 대형마트보다 긴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선입금, 담보제공 등의 확실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간담회에서 “회생법원에서 결정한 대로 납품 대금을 포함한 상거래채권은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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