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7조원 들여 주택·공항 등 건설
‘인접국 이주’ 트럼프 구상 사실상 거부
이슬람권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재건 구상’과 달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계속 거주시키는 내용의 재건안을 내놓자 유럽 주요국들이 환영 의사를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이 채택한 가자 재건계획이 “현실적”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가자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인들의 재앙적인 생활 환경을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집트가 초안을 만들고 아랍연맹(AL)이 제안해 OIC가 이날 채택한 대안은 5년간 530억달러(약 77조원)를 들여 건물 잔해를 제거하고 임시 주택을 설치한 뒤 이후에는 주택 40만호와 공항까지 세운다는 구상이 담겼다.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한 위원회가 가자를 임시 통치하고, 국제 평화유지군이 들어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40만 현지 주민을 인접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구상과 달리 주민 잔류를 전제로 한다.
OIC가 내놓은 대안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향후 역할이 불분명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미 퇴짜를 놓은 바 있다. 유럽 주요국 외무장관들은 이를 의식한 듯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를 통치하거나 이스라엘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리는 이란과 매우 조만간 상황이 있을 것”이라며 미·이란 핵 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으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튿날 “겁박하는 강대국의 협상 요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시도가 아니라 자기 요구를 관철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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