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 제거 작업 중 열차 운행 전면 중단
반경 500m 이내 주민 200명엔 ‘대피령’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가르 뒤 노르’(Gare du Nord·북역) 부근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공군이 투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발탄이 발견됐다.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이 폭탄을 해체하는 동안 파리와 영국 런던,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을 잇는 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졌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최대의 기차역 중 하나인 가르 뒤 노르는 여행을 떠나는 프랑스인과 프랑스를 찾는 외국인들로 하루종일 붐비는 곳이다.
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불발탄은 가르 뒤 노르 북쪽 2.5㎞ 지점의 철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됐다. 작업을 하던 건설 노동자들이 지하 2m에 묻혀 있는 수상한 물체를 보고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500㎏ 규모의 거대한 폭탄으로 확인됐다. BBC는 불발탄이 떨어진 지역 인근에 2차대전 당시 활주로가 있어 영국은 물론 미국 공군의 핵심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1939년 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은 이듬해 5월 프랑스로 진격했다. 프랑스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한 끝에 개전 6주일 만인 1940년 6월 독일에 항복했다. 이후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한 미군, 영국군, 자유프랑스군(레지스탕스) 등 연합군이 그해 8월 파리를 해방시킬 때까지 4년2개월가량 파리는 독일군의 점령 아래 놓였다.

EOD가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불발탄에서 뇌관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동안 가르 뒤 노르와 그 주변 지역에는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경찰은 가르 뒤 노르를 지나는 모든 기차 운행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에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가려던 승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있는 브뤼셀과 파리를 연결하는 철도 교통도 마비됐다. 주말을 맞아 해외 여행 또는 국내 여행을 떠나려 했던 프랑스인들도 상당수가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갑작스러운 철도 마비에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급증하며 비행기 표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프랑스 경찰은 또 불발탄 발견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에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약 200명이 집을 비운 채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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