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을 거듭하던 상속세 개편에 물꼬가 트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키로 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는 수평 이동이기 때문에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며 "배우자 상속세 면제 폐지를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상속세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니 반가운 일이다. 배우자 상속세는 부의 세대 간 이전에 과세하는 상속세 취지에 어긋나고 미국·프랑스·미국 등 주요국들도 배우자 상속에 과세하지 않는다. 배우자 상속세는 폐지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세금이라기 보다는 징벌로 변질된지 오래다. 공제한도가 1997년이후 28년째 묶여있다. 그 사이 국민소득은 4배 늘어났고 집값은 10배이상 뛰었다. 애초 소수부유층만 내던 상속세가 중산층도 내야 하게 됐다. 여야도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자는데 이견이 없다. 민주당은 일괄공제상향 등을 통해 상속세 면제 기준을 10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올리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상속세법 개정안에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함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현행 50%→40%)와 상속세 부과방식 변경(유산세→유산취득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편안의 합리성을 따지면 국민의힘 제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15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나머지 국가는 평균치가 26%다. 대주주 주식상속때 할증 과세까지 적용되어 세율이 최대 60%까지 뛴다. 그러니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후 자녀가 상속세를 감당못해 회사를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기업이 공중분해되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나. 상속재산 전체를 과세 기반으로 삼는 현행 유산세는 OECD 38개국 중 한국과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만 채택하고 있다. 상속인별로 상속받은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가 더 일반적이다. 고액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반론도 있으나 국민 대다수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크다.
높은 최고세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란 지적도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상속을 앞둔 기업 오너나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평가액 기준으로 부과되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상승을 꺼린다. 이 대표는 과거 주가 하락의 이유로 공매도를 거론하며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말까지 했다. 1500만명에 육박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요구라서 그랬을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커져야 경제도 주식시장도 살아난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 수용을 계기로 최고세율 인하와 유산취득세 도입도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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