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2026년 K리그2 참가”…도내 8번째 시민 프로축구단 추진
기업 후원금은 과제…‘성남FC 사태’로 여진, 공정·투명성 높여야
전문가들 “도·시민구단, 생존을 위한 프로정신·경기력 만들어야”
‘프로스포츠 불모지’인 경기 용인시가 내년 한국프로축구연맹 K2리그 참가를 목표로 프로축구 시민구단(가칭 용인FC)을 창단한다. 인구 110만의 용인시는 2010년 프로축구 3부리그 팀을 창단했으나 연간 20억원의 운영비 부담과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7년 만인 2018년 해체한 바 있다. 현재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시에 뿌리를 내린 유일한 프로구단이다. 야구·축구·배구·농구의 4대 프로스포츠팀이 골고루 연고를 둔 이웃 수원과 종종 비교당한 이유다.

◆ 최상의 잔디 ‘미르스타디움’…교통지옥은 과제
이상일 용인시장은 6일 시청 컨벤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프로축구단 창단을 고대해온 시민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용인FC를 창단한다”고 선언했다. 이 시장은 “시민구단 창단이 용인시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원FC로 원정 응원을 떠나던 팬들이 용인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용인FC는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K리그2(2부리그)에서 출범한다. K리그1의 수원FC·FC안양, K리그2의 성남FC·화성FC 등에 이은 도내 8번째 프로축구 시민구단이다. K리그2 역시 용인FC의 창단으로 모두 15개 팀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용인FC는 3만7000석 규모의 ‘용인미르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지난해 10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이라크전을 치른 곳이다.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해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았지만, 퇴근 시간마다 ‘교통지옥’이 연출돼 향후 프로리그 운영을 위해선 적잖은 시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일부 기자가 미르스타디움 안팎의 교통·주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당장 용인시의 구단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 안팎으로, 창단 첫해에만 연맹 가맹비와 버스 구입비 등으로 10억원가량이 추가 지출된다. 이후 운영비는 시 자체 출연금과 관내 기업들의 파트너 후원금, 수익사업 등으로 마련되는데, 용인시의 재정 규모와 두터운 팬층을 고려하면 장애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규모로만 보면 인근 수원FC와 비슷하다.
이 시장은 “산업 중심도시 용인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많아 파트너사 확보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선수단 운영과 후원금 모집·관리에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웃 수원시의 수원FC 팬 중 적잖은 분들이 용인시민이라고 들었다”며 “(지역 구단 창단으로) 이분들이 용인FC 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용인시 내부에선 프로축구단 창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23년 용역에선 70% 가까운 찬성률이 나왔다. 창단의 매개가 된 용인시축구센터에선 이미 U12·15·18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2001년 출범 이후 이곳을 거쳐 간 프로선수는 160여명, 해외진출 선수는 20여명, 국가대표는 김진수 등 12명이다.
이 시장은 “K리그1의 평균 입장객이 1만1000여명, K리그2는 3800여명 수준”이라며 “용인FC는 매 경기 5000명 이상의 팬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조만간 창단 준비위원회와 사무국을 구성하고 올 6월쯤 프로축구연맹에 가입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아직 감독 임명과 선수 영입에 관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시장은 “아직 준비하는 단계”라며 “안양FC가 연간 47억원의 선수 연봉을 지급하는 걸 고려하면 잠재력이 큰 (신인) 선수들 위주로 팀을 운영한다면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 ‘성남FC 사태’ 여진…이상일 시장 “투명·공정하게 운영”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성남FC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 당시 ‘대가성 후원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 프로축구 시민구단들은 ‘정치 바람’을 탄 후원금 파동에 휘말려야 했다. 사상 초유의 후원금 가뭄도 뒤따랐다. 결국 K리그 통산 7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 클럽이던 성남FC는 폐단 위기까지 몰리다가 경기력 저하를 겪으며 2부 리그로 강등된 바 있다.
이처럼 사정이 악화하면서 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곳도 속출했다. 고양시는 프로구단을 창단해 K리그에 참여하려 했으나 지원서를 냈던 2곳의 기업 모두 시의 행정·재정적 뒷받침을 요구하면서 틀어졌다.
한 도내 시민구단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원이 줄면 당장 성적부터 곤두박질치는 게 시민구단”이라며 “자체 수익으로는 팀 운영이 불가능해 도·시민구단은 지자체장이 바뀌는 4년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스포츠과학)도 “(도·시민구단은) 예산이 시·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승리 수당도 챙겨주지 못할 정도”라며 “팀이 많다 보니 기업들이 떠안기도 벅찬 만큼 생존을 위해 프로 정신을 갖고 경기력이나 이슈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인시의 경우 프로축구단 운영에 필요한 연간 비용 100억원 가운데 매년 70억원가량을 시가 자체 출연해 후원금 비중은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팬층이 두터워지면 수익사업의 비중도 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원FC가 성적이 상승하며 광고수입이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전례도 향후 팀 운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도내 시민 프로축구단의 주요 후원사는 과거 성남FC와 마찬가지로 건설사·개발사 등 지역 기업과 병원 등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천FC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 주축이다. 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돼 기업 기부금을 받고, 조합원이 낸 조합비를 운영에 보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과거 한 건설사가 용인시 프로축구단 창단을 제안했으나 반도체 산단 조성 등 지역 이권과 연루될 가능성이 있어 거절했다”며 “구단 운영과 파트너사 후원에서 특혜 시비를 차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팀 운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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