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선에 성공했다.
정 회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선거에서 과반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자로 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1·2위 후보를 두고 결선 투표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이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 이상을 가져가면서 자리를 지켜냈다. 정 회장은 당선증을 받고 곧바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는 신문선, 허정무 후보가 뛰어들면서 12년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데다가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어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았다.
선거일정 잡기도 어려웠다. 애초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지난달 8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거를 하루 앞두고 허정무 후보의 선거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연기됐다. 축구협회는 이를 보완해 지난달 23일로 새 일정을 잡았지만 공정성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선거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이 물러나면서 축구협회는 새로운 위원회를 꾸렸고 결국 이날 선거가 치러졌다.

정 후보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전화를 돌리고 선거인별 인사 동영상을 제작했고 소셜미디어(SNS)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이날 투표에 앞서 신 후보는 “축구 브랜드를 팔아 돈을 버는 협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반전을 노렸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를 과감히 개혁하겠다”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8강 이상과 FIFA 랭킹 10위권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들은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하며 마지막 지지를 호소한 정 회장을 넘지 못했다. 정 회장은 투표에 앞서 12년 재임기간 동안 한국축구를 위해 헌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으로 자리하면서 축구협회 재정을 2000억원 규모로 키웠고 방송 중계권도 2.5배로 늘렸다”며 “7월 한국 축구 미래를 책임질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고, 동호인부터 K리그1까지 이어지는 1∼7부 디비전 시스템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12년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내실있게 마무리 하겠다”며 “내부 혁신과 인적 쇄신을 통해 축구협회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 축구인은 “다른 후보들이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모으려 노력할 때 정 회장은 선거인단에 집중해 직접 만나고 챙기는 저인망식 선거활동을 펼쳤다”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처럼 다른 후보들이 정 회장을 밀어낼 만큼 신선한 부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 앞엔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 감사를 벌인 결과 27가지 문제를 적발해 고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은 문체부 승인 없이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에 615억원 규모의 대출을 약정했고, 허위 내용으로 56억원의 보조금을 신청했다. 또 홍 감독 선임 절차를 위반해 이 과정을 다시 밟으라는 권고도 받았다.
정 회장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다. 정 회장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그동안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보게됐다”며 “(문체부와 관계에서)막힌 곳이 있다면 뚫고 묵힌 곳이 있다면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안타까운 심정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더 많은 축구인을 만날 수 있어 보람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며 “그동안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한 만큼 더 낮은 자세로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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