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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선별 기계, 속 곯은 감귤 분류 ‘척척’… 유통 안정성 ‘쑥쑥’

입력 : 2025-02-24 06:00:00 수정 : 2025-02-23 20: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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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농사에도 파고든 AI 기술

과일 판별 딥러닝 기술 활용 센터
근적외선·UV 카메라 360도 확인
색태·내부 썩음·병충해 등 잡아내
기계당 1초에 10개 신속히 선별

당도·선도로 백화점·마트용 분류
균일한 상품 공급으로 신뢰 상승
콜라비도 선별 성공 쓰임새 커져

20일 제주 서귀포시 진시황영농조합법인의 인공지능(AI) 선별 센터. 세척과 소독 등 전처리를 마친 감귤들이 암막 박스를 지나 4열로 나뉘어 상자에 담겼다.

 

2열은 백화점에 납품하는 고품질 감귤, 나머지는 마트로 유통되는 가성비 감귤이다. 과일을 판별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당도와 선도를 갖춘 감귤을 골라내는 과정이다. 

추경주 진시황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이정원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가 20일 제주 서귀포시 인공지능(AI) 선별센터에서 전처리된 감귤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추승룡 진시황영농조합법인 부장은 “AI 기술을 통해 고객 수요에 맞는 품질의 감귤을 균일하게 공급할 수 있다”며 “앞으론 AI 선별 기계를 갖췄는지에 따라 과일 유통 시장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공세에 주춤하던 백화점·대형마트가 AI를 이용한 고품질 과일 시장을 잡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오프라인 구매 선호도가 높은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을 식별해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AI 검증 과일이 고객 신뢰를 얻으면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유통업계에서 AI 기술 활용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AI 검증 과일은 육안에 의지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상품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안에 설치된 근적외선·UV·RGB 카메라는 360도로 돌아가는 원물 색태와 내부 썩음, 가시 찔림, 병충해 등을 잡아낸다. 4개 조가 각각 1초에 10개 총 40개를 판별하고 8시간 기준 120t가량을 선별한다. 제품을 훼손하지 않고 상태 등을 확인하는 비파괴 당도선별을 도입한 유통업체는 많지만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극소수로 알려졌다.

진시황영농조합법인 AI선별 센터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이 영농법인은 지난해 10월부터 AI 기계를 도입해 맞춤형 상품을 균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사이즈와 당도, 품위를 설정하면 기준에 따라 원물이 분류된다. 예컨대 고당도 프리미엄 과일이 필요한 백화점에는 고스펙 과일을, 마트 가성비 과일은 기준을 다소 낮춰 선별한다.

 

유통과정에서 부패한 귤을 미연에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재배·선별 과정에서 가시에 찔리거나 압상을 입으면 겉보기엔 이상이 없지만 쉽게 무르고 부패할 수 있다. 판매처로 납품하는 과정에서 내부 곪음이 커지고 고객이 받아봤을 때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이정원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양질의 상품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으면 고객 신뢰가 생긴다”며 “기존엔 당도만 선별해 유통됐는데 이젠 선도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제주 서귀포시 한 감귤농장에서 고완천(69)씨가 이정원 치프바이어에게 작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씨는 “지난해 늦더위와 11월 폭우 탓에 감귤 농사 작황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그는 과일 특성상 부패로 인한 고객 민원과 판매·유통처 고충이 있었는데 이를 AI가 크게 줄여줬다고도 했다. 특히 이상기후로 산지 작황이 부진해 감귤 공급이 어려웠던 지난해와 올겨울 균일한 상품 공급에 큰 힘이 됐다. 

 

감귤 재배 시기인 지난해 11월 평년의 2배 수준의 비가 내리면서 제주 감귤 농장 피해가 컸다. 귤이 아물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더위 탓에 과피가 과육의 생장을 감당하지 못하는 열과현상이 잇따랐다. 지난해 제주 평균 열과율이 37%에 달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AI 선별 감귤 5t을 계약하고 2t을 추가로 받아 완판, 전년 동기보다 감귤 판매량 40% 이상이 늘어난 성과를 거뒀다. 21일부터 롯데백화점 수도권점에서 열흘간 판매되는 AI 선별 감귤·만감류는 이틀 만에 물량의 80%가 소진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하는 AI 선별 고당도 감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4년 11월 행사보다 1.5배가량 빠르게 상품이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제공

국내 유통업계에서 AI 이용률은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통산업 내 AI 활용률은 현재 3%가 채 안 된다. 투입 인력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 특성상 AI 기술을 활용할 잠재 분야가 넓다는 게 산업계 분석이다.

 

추경주 진시황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최근에 제주 콜라비도 당도선별에 성공했다”며 “과형이 맞으면 비슷한 원물에도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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