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서울 편입 줄곧 추진 이유…이전 계획 틀어
직원 655명, 연간 80억 지방세 증대 효과 놓칠 듯
대체지로 남양주 부상…신규 이전지 경쟁 불붙어
오세훈 시장에 “구리·김포 서울 편입 포기 선언!”
경기도가 ‘서울 편입’을 지속해서 추진 중인 구리시에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전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21일 선언했다. 구리시가 22대 총선에서 불거진 서울 편입 의지를 여전히 굽히지 않는 만큼 도 역시 산하 기관인 GH를 이전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분권과 자립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이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서울시의 구리·김포 편입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연간 100억원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올 대형 지방기관의 이전 ‘백지화’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셈이다.

◆ “道 산하기관 이전-서울 편입 동시 추진…가능한 말인가?”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경현 구리시장이 서울 편입과 GH의 구리 이전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도는 상응하는 조치로 GH 구리 이전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고 부지사는 “GH 구리 이전은 단순히 구리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침체한 경기 북부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원동력으로 도약시킬 북부개발의 상징”이라며 “도는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약속 이행 차원에서 이를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GH가 구리로 이전하면, 연간 약 80억원의 지방소득세 증대 효과와 655명 근무직원, 연간 1만5000명 방문고객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구리시장은 GH 이전과 서울 편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한다. 구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경기도 공공기관인 GH가 구리시에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고 부지사는 그러면서 “백 시장은 GH 이전과 서울 편입의 동시 추진이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시민을 기만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도 산하 시·군에 대한 편입 움직임에 뿔난 경기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고 부지사는 “지방분권을 골자로 한 개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구리시 편입을 주장하는 오 시장에게 묻겠다”면서 “구리·김포 등의 서울 편입 주장이 지방분권 개헌 취지와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이어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은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주민 삶의 질이 낮아지는 만큼 현 정부의 행정체계 개편은 지역별 여건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갈등을 부추기는 구리·김포 서울 편입 추진에 대한 포기 선언을 조속히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리시는 2021년 6월 업무협약을 통해 GH 이전을 추진해왔다. GH 역시 2026년 이후 수원 본사를 구리시 토평동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지하 3층, 지상 19층 규모의 사옥 건설 방안까지 발표했다.

◆ 道 뿔났다?…‘서울 편입’ 추진 다른 시·군에 경고 의미
이후 구리시가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추진한 서울시 편입에 동조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선 이전 재검토 논란이 확산했다. 지난달 구리·서울 통합추진위원회까지 출범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백 시장까지 나서 “통합은 시대적 흐름 속에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고 구리시의회에선 “이전이 진행중인 GH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구리시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구리시는 2년 넘게 도가 임명하는 부시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채 도와 고위급 간부의 인사 교류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일부 경기도의원을 중심으로 구리 대신 남양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남양주시의회도 이달 10일 본회의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 북부 이전지 재검토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남양주시의회는 “GH의 운영 안정성 등을 고려해 남양주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구리시는 남양주시의회의 건의안을 구리시를 무시하는 처사로 규정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이전 절차 중단이라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는 서울 편입 카드를 꺼내든 경기지역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경고의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곳 안팎의 서울 인접 군소 도시들은 꾸준히 오 시장과 교류하며 서울 편입 의사를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백 시장은 “서울 편입은 결정된 사항이 아닌 데다 시민 요구에 따라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효과를 분석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동안 경기도, GH 등과 9차례 실무협의회를 갖고 도시관리계획 등 관련 행정절차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중단을 결정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구리시의회 신동화 의장도 입장문을 내고 “5년간 노력과 결실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GH 이전에 대한 백 시장의 애매모호한 태도와 시의 소극적인 대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도 안팎에선 이날 회견에서 고 부지사가 ‘서울 편입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이라고 여지를 남긴 만큼 추후 구리시의 대응에 따라 이전 백지화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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